[충청매일] 과수화상병은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는 병으로 국내에 유입된 지 5년 만에 사과, 배 주산지의 과수산업 존폐를 위협할 만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3년간 우리 충주시가 입은 피해는 실로 막대하다. 금전적으로 뿐만 아니라 충주사과 명성과 신뢰에 금이 가고, 재배농가의 자부심에 난 상처 등 무형의 가치를 합산하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지난해 5월 단 하루 만에 30농가가 넘는 과수화상병 발생 신고가 들어왔을 때 황망한 심정을 잊을 수 없다. 튼실하게 키워놓았던 사과나무는 중장비의 굉음 속에 뿌리째 뽑혀 나가고 맨땅을 드러낸 과수원을 지켜보며 농가도 센터 직원들도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

그동안 과수작물의 병은 약제방제와 비배관리로 큰 피해 없이 막아왔기에 더욱 충격적이고 참담한 광경이었다.

그로부터 반년이 흐른 지금, 충주시는 과수산업의 사활을 건 싸움을 펼치고 있다. 2021년도를 과수화상병의 기세를 한풀 꺽어 내고 대만연의 불길을 잡는 해로 만들기 위한 중대기로에서 지난해 말부터 과수농가들에게 화상병 사전방제조치 이행을 촉구하는 행정명령을 전국 최초로 발동하고, 사람에게 발생하는 감염병 관리에 준하는 특단의 방역대책을 시행 중이다.

식물병 예방은‘배제’와‘제거’, ‘소독’과‘위생’의 4가지 원칙을 기본으로 한다. 따라서 사전예방을 위해서는 대인소독 실시, 감염원 제거와 반출 제한, 매개체의 이동 차단 등 전방위적 방역조치를 전파하고 그 실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과수화상병 병원균은 도처에 산재해 있다. 겨울철 세균은 휴면상태의 월동포자로서 병반, 궤양의 모습으로 가지·나뭇잎·꽃눈 등 식물체에 잠복해 있다. 뿐만 아니라 지주 파이프와 철선, 관수라인 등 농업시설물, 방제기, 예초기 같은 농기계와 톱, 가위 등 전정도구에도 숨어있다.

이 중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역시 사람, 즉 농장주와 작업자이다. 전정작업으로 농가이동이 활발한 지금부터 숨어있는 화상병균을 막아야 한다.

또한 일반 과원관리 작업 시에도 이동을 최소화하고 개인방역과 장구소독에도 철저를 기해야 한다.

사과, 배 꽃이 피는 4월 중하순에서 5월 상순까지의 시기도 과수농가들이 초집중을 기울일 때이다. 과실나무의 개화가 시작되고 꽃이 열릴 때 화상병원균은 식물체의 꽃, 새로나온 신초, 물리적으로 난 상처 등 가장 연약한 부위를 먼저 공격하기 때문이다.

과수농사는 일년 중 열한 달을 거쳐 가야 하는 실로 마라톤과 같은 과정이다. 우리가 방심하는 순간 화상병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는 걸 명심하고 농업인 모두가 모든 작업단계, 매 순간을 초미의 관심과 주의로 대처해나가야 할 것이다.

과수화상병 재발을 막으려면, 작은 것에도 집중해야 한다. 이기적인 마음, 돌발적인 행동을 자제하고 한마음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과수화상병 사전방제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농업인, 관련산업 종사자, 농업기관 등 모두의 의지와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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