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서원구청장으로 취임한지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대뜸 “직원을 칭찬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내용을 들어보니,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 신청에 어려움을 겪던 중에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는데 직원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도와줘 신청할 수 있었다며 눈물겹도록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일반인이 듣기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직원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일이었다.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인터넷으로 접수하는 사업이어서 지자체 읍·면·동 직원들은 대부분 모르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의의 도움도 민원인에게는 당연한 공무원의 공무수행으로 비쳤던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모든 부서에서 수많은 정책들이 발굴·시행되고 있지만, 당장 코로나19 방역지침도 공문보다 언론을 통해 먼저 생산돼 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선의 공무원들은 누구보다 정확하게 정책들을 숙지하고 안내해야 하는, 아니 안내할 경우를 직면하게 되는 위치에 있다. 그야말로 정책과 규제의 홍수 속에 있는 것이다.

40년 이상 공직생활을 하고 있는 나에게도 전례 없는 상황인데, 이제 공직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공무원들에게는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겠는가.

지방자치시대가 열리고 이른바 ‘관선시대’에 비해 행정기관의 문턱은 낮아졌고, 공무원들의 업무처리 방식도 예전과는 달라졌다. 행정은 행정 본연의 기본을 충실히 하고 그 위에 친절이라는 고명이 얻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원을 칭찬한다는 전화를 받고 생각했다. 만약 그 직원이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은 인터넷으로 신청해야 하고 중소벤처기업부 업무이니 그곳에 문의하세요”라고 했다면 민원인은 불친절하다고 했을까? 어찌 보면 당연한 대답이었을 텐데 말이다. 그만큼 공직자 위치가 어렵다.

‘소통’ 교과서적인 말이지만 가장 근본적이고 간과해서는 안 되는 기본이 되는 행정의 근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공직에 들어온 신규 직원과 코로나 시대 최일선에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공무원들에게 소통하라고 말하고 싶다.

2021년에는 코로나19로부터 탈출해 일상으로 돌아가길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마이너스 경제 성장은 반등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고, 국내 백신 접종 시기인 2분기나 돼야 경기 회복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마이너스 경제 속에서 민생의 회복은 더딜 것이다. 사회적 약자는 늘어날 것이며, 복지 수요는 증대할 것이다. 어려움에 처한 시민들은 행정기관에 도움을 청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학습된 친절이 아닌 ‘소통’하는 친절이 절실하다.

우리 구(區)의 칭찬받은 그 직원은 당연한 행정을 더해서, 민원인의 입장에서 관심과 배려로 ‘소통’하는 친절을 보여줬다.

코로나19 방역과 재난지원금 지원 업무에 피로감이 쌓여 있는 상황이지만 ‘소통’이라는 기본에 충실히 한다면 주민을 위하는 행정서비스가 생산되고, 신뢰받는 공직사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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