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예총 부회장

[충청매일] 어느 마을에 가뭄이 아주 심해서 동네 어른들이 ‘기우제’를 지내려고, 모월 모시에 마을 사람들은 모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단상으로 모여들었다. 그런데 8살 되는 소녀 하나가 우산을 들고 나왔다. “얘야 오늘은 날씨가 너무 맑아서 비가 안 온단다. 우산은 안 가지고 와도 된다.”라고 어른 하나가 타이르니, 소녀는 서슴없이 “기우제를 지내니까 반드시 비가 올 것예요!”라고 답해서 어른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기우제는 왜 지내는가? 8살 소녀와 같은 동심으로 지내야 할 것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만약 어른들도 소녀와 같은 그런 동심으로 기우제를 지냈다면 제석(帝釋)님도 감응할 것이 아닐까?

화엄사상에 따르면 우주의 중심에는 수미산이 있고, 정상에는 33개 천신이 있는데, 제석천왕이 중앙에서 32개신들을 주관하면서, 지상세계의 인간은 물론 지옥세계의 중생들까지도 자비와 사랑으로 고통을 해소해 준다고 한다.

‘제망찰해(帝網刹海)’란 말이 있다. ‘제망’이란 ‘제석천의 그물’이란 뜻이다. 제석천 하늘에는 그물이 뒤덮고 있는데, 그물망의 코마다 투명한 구술이 달려 있어서, 우주 삼라만상이 휘황찬란하게 투영된다. 인간의 눈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지만, 하나의 구술에는 수많은 구슬이 비춰져서 온 우주를 밝게 비춰서 중생의 고통을 덜어준다고 한다. ‘찰해’란 ‘육지와 바다’란 뜻으로 온 우주 세계를 지칭한다.

신라의 의상대사가 중국의 당나라로 건너가 지엄스님으로부터 10년 동안 화엄사상을 배울 때, 함께 공부한 현수법장스님이 있었다. 그는 ‘측천무후(則天武后)’로부터 부름을 받아 화엄학을 강의를 했다. ‘제망(帝網)’의 뜻을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여, 하루는 텅 빈 방 하나를 빌려, 사방에 큰 거울을 하나씩 놓고 거울마다 불상을 앉히고 캄캄한 밤이 되자, 불 하나를 들고 함께 들어갔다. 그러자 사방에 앉은 부처가 사방의 거울로 겹쳐서 비추는데, 무수한 부처가 무수히 비추는데 끝없이 펼쳐지는 중중무진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었다. 측천무후는 ‘아 이것이군요!’라고 감탄하며, 이해했다고 한다. 

중국 역사상 유일한 여황제인 측천무후(則天武后)는 반대파를 숙청하며 통제하는 공포정치를 했지만, 민생을 위해서라면 선정을 베풀었고, 80권 화엄경을 번역하며, 화엄사상에 입각한 외교를 펼침으로써 주변국과도 평화공존을 이룩하여, 당시 장안(당의 수도)은 동서교역의 중심지로 성시를 이루는 등 중국문화의 황금기를 열었다고 한다.

21세기의 화두는 ‘4차 산업혁명’이다. 3차 산업혁명이 지식과 정보혁명이라면, 4차 산업혁명이란 인간의 상상력과 꿈이 현실화되는 ‘초연결(超連結)’을 키워드로 하고 있다. ‘초연결’이란 화엄세계의 ‘제망찰해(帝網刹海)’와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우주법계가 하나의 큰 그물이요, 그물코에 달린 유리구슬이 서로서로 비추는 ‘초연결’의 시대가 21세기 4차 산업혁명시대라 하겠다. 결국은 ‘만법을 통합하면 결국에는 마음으로 돌아간다.’는 ‘통만법명일심(通萬法明一心)’의 화엄사상으로 귀결된다.

기우제를 지내니까 틀림없이 비가 올 것이라고 믿고, 우산을 들고 나온 8살 소녀의 맑고 밝은 마음이 제석천왕을 감동시키듯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절실한 ‘통만법명일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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