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100년, 동방삭은 평범한 백성이었으나 언변과 지혜가 탁월해 한나라 무제(武帝) 때 인재로 등용된 사람이다. 바른 소리를 잘하기도 했지만 지혜롭고 익살스러운 말로 무제의 신임을 얻어 태중대부(太中大夫)라는 귀족의 신분에까지 올랐다. 처음에 신하들은 그런 동방삭을 질시하여 언제고 그 잘난 입으로 인해 화를 당할 것이라고 자주 비난하였다. 하지만 동방삭은 말을 잘하기에 앞서 항상 황제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살폈다. 그래서 매번 적절한 말을 하였기에 조금도 황제의 분노를 사는 일이 없었다. 게다가 높은 벼슬을 탐하지 않았고 재물에 욕심이 없으니 신하들과 다툴 일이 없었다. 나중에 신하들은 동방삭에 대한 경계심을 모두 풀었다. 이후로 동방삭은 마치 세속을 떠나 살듯이 궁궐에서 벼슬 생활이 아주 자유로웠다. 오늘은 동방삭에 관해 전해지는 전설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천하의 서쪽 끝에는 곤륜산이 있고 그 곳에는 모든 신들의 우두머리인 서왕모(西王母)가 살고 있었다. 서왕모는 불로불사의 명약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불사수라는 나무열매였다. 그 열매는 천 년에 한 번 맺는 아주 귀한 것이었다. 하루는 동방삭이 곤륜산에 들어가 이 열매를 얻고자 했다. 하지만 워낙 산이 높고 계곡이 험하여 도무지 찾지 못했다. 그냥 돌아 나오려는 순간 동방삭은 서왕모가 즐겨먹는 복숭아를 발견하게 되었다. 마침 서왕모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동방삭이 재빨리 그 복숭아를 훔쳐 먹고 나왔다. 이후로 동방삭은 늙지 않고 장수하였다.

나중에 서왕모가 이 사실을 알고 마고할미를 보내 동방삭을 잡아오라 명했다. 하지만 마고할미가 천하를 돌아다녔으나 동방삭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도무지 그 행방을 알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어느 연못가에서 동방삭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서 묘책으로 하루 종일 검게 탄 숯을 물에 씻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러자 사람들은 연못가에서 숯을 씻고 있는 노파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입에 올렸다. 어느 날 한 나그네가 이 연못을 지나게 되었다. 그날도 마고할미는 물가에 앉아 숯을 씻고 있었다. 나그네가 그걸 보고 의아스러워 다가가 물었다.

“할머니, 무슨 이유로 숯을 그렇게 물에 씻고 있는 겁니까?”

그러자 마고할미가 대답했다.

“이 검은 숯이 흰 숯이 되라고 씻는 중이오.”

그 말을 들은 나그네가 너무 어이가 없어 무심코 한 마디 뱉었다.

“내가 삼천갑자를 살아도 검은 숯이 흰 숯이 된다는 말은 처음 들어보오.”

이 말을 듣자 마고할미가 나그네를 붙잡으며 말했다.

“내가 너를 잡으려고 이곳에서 수 세월을 기다렸다. 이제 네 목숨은 끝났다.”

그렇게 동방삭은 실언 한 마디로 지상에서 운명을 다하고 말았다.

구화지문(口禍之門)이란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라는 뜻이다. 말은 항상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살면서 화를 모면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을 자랑하는 말을 하지 말고, 남을 헐뜯는 말을 하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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