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사회가 흉흉하거나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들면 그 책임을 다른 곳이나 상대에게 돌려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전략은 모든 시대에 공통으로 사용되어온 방법이다. 이 희생양의 메커니즘을 체계화한 것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다. 삼국지에서 조조는 군량미가 바닥을 보이고, 보급품 조달이 어려워지자, 참모 왕후에게 식량배급을 줄이라고 명령을 한다. 이에 병사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여 폭동에 이르게 되자 죄 없는 참모를 죽여서 목을 병사들이 보이는 곳에 걸어놓았다. 죄목은 군량미를 훔쳐서 빼돌렸다는 명분을 달았다. 그러자 병사들의 불만이 사라졌다.

트럼프는 미국에 코로나 19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코로나 19는 중국에서 온 바이러스라면서 중국 책임론을 지속해서 주장하였다. 반면에 중국은 이탈리아 발발설을 주장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천연두나 스페인 독감과 같은 전염병이 창궐하게 되면 항상 종교와 정치는 그 희생양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스페인 독감의 발원지는 미국이고 1차 대전 중 미군의 유럽 파병으로 전파된 것이라는 주장이 강하였지만, 스페인 독감이 미국 독감으로 바뀌질 않고 강대국 미국의 책임을 완화하는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이러한 희생양 메커니즘은 위정자들이 위기감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자신들에 대한 불만이나 증오심을 힘없는 개인이나 소수 집단에 쏟아 부어 공동체 내부의 긴장과 불만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희생양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첫째 희생양으로 선택된 사람이나 집단은 희생양으로 선택되어 폭력을 당하더라도 보복이나 복수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둘째, 희생양에 대한 폭력에 공동체의 구성원 전체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폭력은 만장일치적 성격을 지닌다. 셋째, 희생양 메커니즘에 의하여 권력자의 권력구조는 더욱 공고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68.3%가 코로나 19에 걸려서 확진되는 것보다 그로 인한 사회적 비난을 받지 않을까 하는 것에 두려워한다고 한다. 코로나 발발 초기 신천지 교인들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이 자신들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최근 상주 BTJ 열방센터 참석자의 70%가 검사를 거부하고 잠적하게 하였다. 이는 자신들이 코로나 19에 의한 불안과 불만에 대한 희생양이 될지 모른다는 인식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1천여명 이상의 코로나 19 확진자를 만들어낸 서울 동부구치소의 사건과 관련하여 법무부와 서울시, 방대본간의 책임 공방이 끝이 보이질 않는다. 서로를 희생양으로 삼아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논리는 코로나 19 방역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 그 책임 회피에는 단지 힘없는 사람만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희생양 메커니즘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희생양 논리는 가진자의 폭력으로 스스로의 자기 희생이 없이는 희생양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