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혜정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충청매일]

코로나19로 바깥활동이 크게 줄어들면서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요즘, 집콕생활 속에서 한 권의 책과 함께 새해와 겨울방학을 보내는 것. 생각보다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때로는 한 권의 책, 글 한 줄이 따뜻한 위로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할 책은 김혜정 작가의 ‘하이킹 걸즈’이다. 충북 증평 출신의 작가는 청소년 소설의 대표적인 작가로, 십대들과 가장 소통을 잘하는 작가로 통한다. 이 책은 마음의 상처를 지닌 은성이와 보라가 여행을 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가는 이야기 담고 있다.

사회에서 말하는 소위 ‘문제아’ 소녀들이 도보여행을 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통해 길을 잃고 방황하는 청소년에게 마음의 위로를 건낸다. 소년원에 가는 대신 선택한 실크로드 횡단 길은 불평과 불만으로 맘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여행길에 만나는 여러 가지 사건을 통해 부딪히고 깨지며, 아이들은 값진 보물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보라는 스스로의 의지대로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고, 은성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당당하게 맞서지 못한 자신의 주먹을 부끄러워한다. 이야기의 절정은 보라와 은성이가 인솔자인 미주언니에게서 도망쳐 사막을 헤매다 오아시스 옆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부분이다.

그들은 서로 상처를 내보이며 이해하고 서로를 인정하게 된다. 이들의 여행은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다시 돌아가 횡단을 모두 마침으로써 은성이와 보라는 여행을 하면서 자신이 경험한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삶의 방식도 가치 있다고 결론 내린다. 

소녀들의 여행은 실패가 아니라 앞으로 세상 어떤 일이라도 끝까지 못할 게 없을 자신감과 용기를 갖게 된 성공의 여행인 것이다. 또한, 소녀들이 끝까지 도보횡단을 끝낼 수 있도록 돕는 인솔자 미주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데 함께 손잡아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의 마지막 구절에는 작가가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말이 함축돼 있다. “설령 내가 믿고 있는 것이 신기루일지라도 상관없다. 걷다 보면 언젠가는 오아시스가 나올 것이다. 사막에는 반드시 오아시스가 숨어 있으니까.” 지금 가는 길에 자꾸 신기루만 보인다고 실망하지 말자, 자신을 믿고 한계를 극복하면 우리도 반드시 오아시스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을 믿는다.

어느 때 보다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요즘, 서로에게 위로의 한마디 건네며 함께 잘 극복해 나갔으면 좋겠다. 우리는 보다 희망적인 생각으로 지금의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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