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215년, 유비는 영토와 군사력이 부족했으나 자신의 군대에 엄격하고 공정한 군령을 시행하자 사방에서 백성들이 몰려들었고 그로 인해 촉나라를 세울 수 있었다. 어느 날 유비가 장사 지역을 정복하고자 했다. 그 무렵 장사 태수 한현은 조정의 혼란을 틈타 폭정을 휘두르고 있었다. 함부로 관리와 백성을 옥에 가두고, 심지어 죽이고, 재산을 가로채는 일이 아주 많았다. 이 악랄한 한현의 수하에는 장수 황충(黃忠)이 있었다. 용맹하고 실력이 출중한 자였다. 관우가 장사 전투에 나서길 청하자 제갈공명은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황충은 나이가 예순에 가깝지만 만 명이 쳐들어와도 막아낼 호걸이다. 또 그는 활쏘기에 뛰어난 명사수이다. 그러니 자만하지 말고 신중하게 싸우도록 하라.”

황충의 활솜씨는 백발백중이라 장사 지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관우가 소리치며 장사성으로 달려 나갔다. 그러자 황충이 달려 나왔다. 싸움은 격렬했고 팽팽했다. 백 합이 넘도록 결판이 나지 않았다. 이때 관우가 도주하는 척하자 황충이 쫓아왔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관우가 칼을 내리쳤다. 그러자 황충이 탄 말이 놀라 휘청거렸다. 그 틈에 황충이 말에서 떨어졌다. 그 순간 관우의 청룡도가 황충의 가슴을 향했다. 하지만 찌르지는 않고 그저 닿기만 했다. 관우가 소리쳤다.

“내일 튼튼한 말로 바꿔 타고 와라. 다시 겨루자!”

다음날 두 사람은 다시 맞붙었다. 이번에는 황충이 꾀를 써서 말머리를 돌려 달아났다. 관우가 그 뒤를 쫓았다. 황충이 관우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관우가 몸을 피했지만 화살은 없었다. 이는 어제의 은혜를 갚은 것이었다. 이어 이번에는 진짜 활을 매겨 활시위를 당겼다. 언제나 백발백중인 황충의 화살은 고작 관우의 투구 끈을 끊었을 뿐이었다. 관우는 후퇴하여 돌아왔다. 그런데 황충이 돌아오자 병사들이 달려들어 포박하였다. 한현이 호통을 쳤다.

“네 이놈! 관우와 내통하고 있었던 것이냐? 지금껏 한 번도 활을 쏘아 목표물을 벗어난 적이 없지 않았느냐? 이는 배신이 분명하다.”

당장에 황충의 목을 베라고 명했다. 여러 장수들이 말리자 한현이 재차 명했다.

“황충을 옹호하는 자도 같은 벌로 참수할 것이다.”

그러자 한 병사가 황충을 참수하고자 칼을 겨누었다. 그때 황충의 부장 위연이 뛰어들어 그 병사를 베고 황충을 구해냈다. 그리고 병사들에게 외쳤다.

“한현은 극악무도하여 백성들과 병사들은 안중에도 없는 자이다. 우리가 불의한 한현을 몰아내고 이곳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자!”

그 말에 병사들이 사방에서 들고 일어났다. 한현은 급히 달아났다. 하지만 위연이 쫓아가 한현의 목을 베고 관우에게 그 목을 바쳤다. 이로써 관우는 장사 지역을 손쉽게 장악하게 되었다. 이는 ‘삼국지(三國志)’에 있는 이야기이다.

불한이율(不寒而慄)이란 날은 춥지 않은데 포악한 정치로 인해 떨린다는 뜻이다. 권력기관의 행포로 백성들이 두려워 떤다는 의미로 쓰인다. 역사의 교훈을 보면 권력을 이용해 악랄하거나 포악한 자는 반드시 천벌을 받아 그 최후가 비참했다. 새해에 우리의 검찰 개혁이 어떻게 마무리 되나 모두가 깊은 관심을 가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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