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영
건양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충청매일] 연말연시가 되면 지난 한 해를 보내면서 연례행사처럼 그 해에 있었던 일들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새해의 소망을 담은 사자성어들이 선정되어 발표된다. 금년에도 변함없이 여러 가지 사자성어들이 발표되었다. 교수신문에서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하였다. 아시타비는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라는 뜻이다.

올 한해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여야가 도덕적 시비에 빠져 사회 전반에 극심한 피로만 낳았던 모습을 풍자한 말이다.

이 밖에도 후한무치, 격화소양, 첩첩산중, 천학지어, 중구삭금 등이 꼽혔다.

후한무치는 얼굴 가죽이 두꺼워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것을 의미하며, 격화소양은 가죽신을 사이에 두고 가려운 곳을 긁는 것을 말한다. 즉, 무슨 일을 애써 하기는 하나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첩첩산중은 겹겹으로 덮인 산속으로 일이 순조롭지 못하고 갈수록 꼬여 가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중구삭금은 뭇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는 뜻으로 여론의 힘이 큼을 이르는 말이다. 대부분이 답답하고 어려웠던 상황을 나타내는 사자성어들임을 알 수 있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사자성어는 천학지어이다. 이는 ‘말라가는 샘에서 물고기가 서로 돕는다’라는 뜻으로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왔던 모습이 잘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의 사자성어이지만 올 한해의 상황을 정말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자성어가 선정되어 발표되기 시작한 2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았던 사자성어는 다사다난이었다. 다사다난은 여러 가지로 일이나 어려움이 많음을 의미한다. 사실 한 해 한 해를 보내면서 어려움이 없었던 해는 드물었다. 하지만 올 해 만큼 어려웠던 해는 없었다. 말 그대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겪어왔고 지금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새해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렵고 힘들었던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출발할 수 있는 미래가 있어 다행이다.

이러한 소망을 담아 익산시의회는 새해 사자성어로 극세척도(克世拓道)를 선정했다. 이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 길을 개척한다’라는 뜻이다. 대구 서구청은 제구포신(除舊布新) 즉, ‘묵은 것은 버리고 새로운 것을 펼친다’는 뜻이다. 이 밖에도 많은 기관과 지자체들이 나름대로 새해의 소망을 담은 사자성어를 발표했는데 대부분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힘차게 새 출발을 하자는 뜻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신년 화두를 내 놓은 곳들도 많은데 그 중에서 필자를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청주시가 발표한 ‘다시 함께’라는 화두이다.

아주 평범한 화두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쉽게 와 닿은 이유는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모두가 하나되어 함께하는 마음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자는 의미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2021년에는 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함께 하여 극복하면서 새로운 미래로 힘차게 나아가는 더 없이 소망스러운 한 해가 되기를 간절하게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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