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싸움의 전략인 병법(兵法)은 적에게 작은 것을 내주고 결정적인 승리를 얻어내는 것이 모체이다. 하지만 적에게 미끼를 던지기 위해서는 적의 장점과 단점을 알아야 한다. 상대를 모르고 미끼를 던져서는 손실만 커지고 도리어 적의 술수에 말려들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니 적이 미끼를 물 그럴 듯한 희생을 감수해야 적이 달려드는 것이다.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주지 않고 없어도 되는 것을 준다면 호감을 얻기는커녕 도리어 점수를 잃어버리는 연애의 기술과도 유사하다. 그러니 승리를 얻어내는 기술은 항상 나의 장점으로 적의 단점을 치는 것이다.

기원전 300년 경, 손빈(孫?)과 방연은 같은 스승에게서 병법을 배웠다. 둘은 실력이 뛰어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손빈이 항상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방연이 먼저 출세하여 위나라에서 장군의 지위에 올랐다. 어느 날 방연이 손빈을 초대했다. 이는 손빈을 제거하면 천하에 자신을 이길 장수가 없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음모를 꾸며 손빈을 간첩죄로 몰아 두 다리를 못 쓰게 만들었다. 손빈은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고 제나라 사신의 도움으로 겨우 탈출하게 되었다.

제나라 사신은 장군 전기(田忌)에게 손빈을 소개했다. 전기는 손빈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귀빈으로 예우해 주었다. 그 무렵 전기는 제나라 귀족들과 경마내기를 자주 하곤 했는데 언제나 손해를 보았다. 손빈이 이를 알고 한번 경마를 관람하였다. 살펴보니 말들은 주력에 따라 상, 중, 하의 등급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하루는 손빈이 전기에게 말했다.

“장군, 가능하면 이번에는 아주 큰돈을 거십시오.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전기가 주저했지만 그래도 그 말을 믿고 배짱 좋게 천금을 걸었다. 시합이 막 시작될 무렵 손빈이 말했다.

“우선 상대의 상급 말과 장군의 하급 말이 겨루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상대의 중급 말과 장군의 상급 말이 겨루고, 상대의 하급 말과 장군의 중급 말이 겨루도록 하시면 됩니다.”

시합이 시작하자 전기의 첫 번째 말은 지고, 두 번째 세 번째 말은 이겼다. 이로써 전기는 생각지 않게 큰돈을 벌었다. 그리고 손빈의 지혜를 높이 사 왕에게 천거했다. 제나라 왕이 손빈의 병법을 듣고 기뻐하여 전략가인 군사(軍師)로 삼았다.

얼마 후 제나라 전기는 위나라 방연과 싸우게 되었다. 이때 손빈이 군사로 동행하여 전략을 내었다. 약한 군대로 방연을 유인하니 방연이 제나라 군대를 우습게 여겨 뒤쫓았다. 하지만 강한 군대가 매복하고 있다가 기습 공격하니 방연은 그때서야 자신이 함정에 빠진 걸 알게 됐다. 하지만 이미 승패가 갈린 후였다. 패배한 방연은 그때 손빈을 살려둔 것을 크게 후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열전(史記列傳)’에 있는 이야기이다.

이대도강(李代桃?)이란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하여 넘어지다는 뜻이다. 본래는 대신 희생한다는 형제의 우애를 뜻했으나 병법에 인용되어 작은 손해로 큰일을 도모한다는 의미로 변했다. 현대에는 작은 손해를 보고 큰 이익을 얻는다는 상술의 이치로 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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