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한 친구는 글을 쓰고, 한 친구는 그림을 그려 그림책을 만든다. 5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작업하며 칼데콧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친구 사이인 맥 바넷이와 존 클라센 두 사람이 만든 책인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에서는 주인공도 둘이다. 친구가 함께 무언가를 하는 일, 다툼 없이 마음을 맞춰할 수 있다면 헛삽질도 놀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굉장한 걸 찾아내거나 만들어내면 진짜 좋을 것이고, 그러지 못하더라도 함께 보낸 시간은 생생하게 남는 것이기 때문이다.

땅을 왜 팠지? 얼마나 파서 무엇을 얻었을까? 땅을 판다는 것의 의미는 무얼까? 어마어마한 것은 무얼까? 계속 책 속으로 독자를 유인한다. 읽어내려가면서 엉뚱한 곳으로만 헛삽질을 해대는 샘과 데이브에게 응원도 하게 된다. 독자에게 여러 능력을 부여해주는 그림작가는 분명 훌륭하다. 그냥 자연스레 호기심이 가서 집어 들만한 책이었는데 자꾸만 여러 생각이란 걸 하게 한다. 읽으면서 그들의 수고가 느껴진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글과 그림 그 속에 함축되어져 있는 많은 의미 등이 고개를 흔들어 동의하게 한다. 등장인물과 독자와의 관계를 작가 특유의 방법으로 흥미롭게 전개해가는 것도 이 책의 묘미다.

샘과 데이브는 강아지 한 마리와 같이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을 얻으려고 땅을 파기 시작한다. 한참을 파 내려가다가 언제까지 파야 하느냐는 샘의 질문에 데이브는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을 찾을 때까지라고 답하고 그게 우리의 사명이라고도 한다. 파고 또 파서 꽤 깊숙한 곳까지 내려왔지만 어마어마한 것은 없다. 그래서 자꾸자꾸 파 내려간다. 잠시 간식을 먹으며 쉬는 동안 데이브는 계속 밑으로만 파는 게 문제일지 모르니 다른 쪽으로 파보자고 하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파보기로 한다. 행운을 만나기를 빌며. 그래도 어마어마한 것은 만나지 못해 다시 아래로만 파 내려간다.

그림에는 친절하게도 다이아몬드가 나온다. 그들이 만나려고 하는 것이 보석일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들은 그 보석을 용케도 피해 땅을 판다. 거의 다 왔는데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방향을 돌린다. 냄새가 나지 않으니 강아지도 모른다. 등장인물들은 모르는 사실을 독자들은 알고 키득거리며 재밌어한다. 늘 가까이에 있는 보석을 찾지 못하고 헛수고만 하는 주인공들에게 연민을 느끼며 응원을 하게 된다. 지쳐서 보석을 포기할 때쯤엔 어느새 또 다른 세계에 또 다른 경험을 하고 또 다른 삶의 세계로 돌아온다. 글과 그림이 환상의 궁합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파 내려가는 땅파기는 우리 인생을 생각하게 한다, 샘과 데이브의 주변에서 맴도는 커다란 다이아몬드는 모든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단지 몇몇 사람들에게만 허락되고 운이 없는 사람들은 그 주변에서 서성이다가 그것이 가까이 있는 것도 모르고 안타깝게도 그냥 주저앉으며 달관 아닌 달관을 하게 된다. 다르게 말하자면 방향을 조금만 틀면 다이아몬드는 누구라도 찾을 수 있도록 거기 어디쯤에 반드시 있으리라는 희망도 품어봄직하다.

강아지는 뼈다귀의 냄새를 맡은 듯도 하다. 그래서 땅을 팠고 그로 인해 샘과 데이브는 땅속으로 떨어지고 결국엔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잘 파기만 하면 만나게 될 보석, 파내려가는 어디쯤엔가 있을 보석도 좋고, 그레 아니라면 반복하는 일상에서도 보석같은 무언가를 얻는 생활이라면 오죽이나 좋을까. 한 해의 마지막 달이고 하니 헛삽질한 것 같은 지난 시간들을 제대로 의미깊게 삽질할 새로운 시간들에 대한 기대로 위안삼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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