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이웃집에 불이 났다. 혼란과 아우성 속에서 누군가 몰래 그 집 창고에 들어가 물건을 훔쳐 나온다. 현대사회에서 이런 행위를 우리는 아주 나쁜 짓이라고 또는 치졸하고 부도덕한 행위라고 말한다. 하지만 전쟁 상황에서는 해석이 완전히 다르다. 손자병법에서는 적이 혼란스러운 때를 놓치지 말고 아군의 원하는 바를 얻으라고 권한다. 적의 불행이 아군에게는 절호의 기회 또는 행운이라는 해석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위기라는 개념은 내우와 외환으로 나뉜다. 내우는 천재지변이나 경제적 도탄 상황 또는 정치적 혼란에서 발생한다. 외환은 적의 침입이나 봉쇄로 생긴다. 자본주의의 경쟁 논리에는 가만히 앉아서 이익을 얻는 일이 결코 없다. 모두가 남의 혼란과 위기를 기회로 얻어 이익을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군가 이익을 얻으면 분명 누군가 그만한 손실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작은 자본으로 기회에 편승해 이익을 얻으려 하면 잠깐 동안은 이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결국은 큰 자본에 먹히고 만다. 큰 자본은 시장을 움직이지만 작은 자본은 시장에 휩쓸리기 때문이다.

기원전 680년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환공(桓公)은 천하 지배에 대한 야심을 키웠다. 우선 백성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농업과 기타 경제활동을 자유롭게 하였다. 그로 인해 세금을 많이 걷을 수 있어 그 비용으로 군대를 강하게 키웠다. 그 무렵 이웃한 연나라가 혼란에 빠져 환공이 이를 기회로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그 너머의 조나라와 초나라가 연나라와 동맹국이라 쉽게 실행하지 못했다.

얼마 후 진나라와 위나라가 연합하여 한(韓)나라를 공격했다. 한나라는 급히 제나라에 도움을 요청했다. 한나라는 제나라의 오랜 동맹국이라 환공은 모르는 체 할 수가 없었다. 마땅히 군대를 파병해 도와주는 것이 동맹국으로서 도리였다. 이에 환공이 서둘러 구원병을 파병하도록 조정회의에서 명했다. 그러자 신하 전신사(田臣思)가 뜻밖의 의견을 아뢰었다.

“우리가 한나라를 구하는 것은 동맹국으로서 도리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한나라는 조나라와 초나라와도 우호관계라 분명 그 두 나라가 구원병을 파견할 것입니다. 그 두 나라가 나선다면 한나라는 분명 멸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 제나라에게는 특별한 호기라 하겠습니다. 조나라와 초나라가 군대를 출병시켜 진나라와 위나라와 싸우는 틈을 타서 우리는 군대를 출병하여 한나라로 가지 않고 아무도 돌보지 않는 연나라를 치는 것입니다. 그러면 대왕께서 얻고자 소원하는 연나라 땅을 손쉽게 얻을 것입니다. 하오니 한나라 출병은 시간을 늦추시기 바랍니다.”

환공이 이 전략에 따라 한나라에 구원병을 출정하겠다고 알렸다. 그러자 조나라와 초나라도 군대를 출병하였다. 하지만 제나라 군대는 한나라로 가지 않고 혼란한 연나라를 공격하여 아무런 피해 없이 크게 땅을 얻었다.

진화타겁(趁火打劫)이란 36계의 다섯 번째 지략이다. 적의 혼란한 틈을 타서 공격하여 빼앗는다는 뜻이다. 경쟁이나 전쟁에서 상대를 이기는 전략은 한 순간의 판단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다. 적의 불리한 상황을 나의 유리한 상황에 맞춰 판단하는 것이 상책이라 하겠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