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충청매일]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사를 살펴보면 어김없이 ‘통합’과 ‘협력’이란 말이 등장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집권당이 종다수 의결방식을 근거로 우월 의식에서 독선과 횡포를 자행하며 소수의 의사를 유린 할 때 민주주의 전도에는 비극의 씨가 생겨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갈등과 파쟁보다는 화해와 토론을 통해 총의를 창출해내야 한다”고 말했고, 노태우도 전 대통령 역시 “지역감정·당파적 이기심·개인적 섭섭함을 모두 묻자”고 밝혔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갈등과 대립에서 대화와 협력의 시대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 또한 “어떠한 정치보복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결과 갈등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푸는 정치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피력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도 “여와 야를 넘어 대화의 문을 활짝 열자”고 말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책임과 배려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간다면 국민 행복의 새 시대를 만들 것”이라고 역설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선 국민통합이 더욱 강조됐다.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저의 국민으로 섬기는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감히 약속한다. 국민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역대 대통령들은 물론 현 대통령의 약속은 그저 취임사 속에 ‘박재된 활자’에 불과하다. 내 편만을 위한, 나를 지지하는 선택된 국민만을 위한 정치에 함몰돼 국민 갈등과 분열, 대립과 반목의 간극은 더욱 벌어졌다.

이 때문에 국민통합과 화합은 대통령이 바뀌어 취임할 때마다 취임사의 ‘가장 중요한 숙제’로 기록되는 불행한 역사의 화두가 됐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집권세력은 늘 ‘국민의 뜻’을 앞세우지만, 엄밀히 말하면 ‘우리를 지지하는 선택된 40%의 국민의 뜻’일 뿐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여당에 대한 60%의 비판은 ‘반민주적·반개혁적·반통합적’ 행태로 치부되기 일쑤다.

수학적으로 열세인 40%의 힘이 60%를 외면하고 배척할 수 있는 기형적 정치구조의 배경은 무엇인가. 1등만 선택받는 소선거구제와, 당초 취지와 목적과는 달리 왜곡된 정치의 상징이 돼버린 비례대표제가 핵심적 요인이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득표율은 49.9%, 미래통합당(현 국민의 힘)은 41.5%로, 양 당의 득표율 차이는 8.4%에 불과함에도 의석수 차이는 79석으로 두 배 가까운 이유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고, 한 정당의 독선과 횡포를 차단해 적절한 견제를 통한 정치 발전과 협치를 위해선 중·대선거구제로 바꾸고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길이다.

그렇지 않다면, ‘40%의 대한민국민’과 ‘60%의 대한외국인’의 기형적 정치구도는 혁파되기 요원하다. 그렇지 않다면, 다음 대통령의 취임사 속에서도 ‘국민통합’과 ‘협력의 정치’라는 반복되는 ‘정치적 수사(修辭)’를 또 경험하는 불행만 거듭될 뿐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