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꿈세상 정철어학원 대표

[충청매일] 경이로워하는 눈빛이 내 온몸을 훑는다. 기이한 모양으로 휘어지며 구부러진 몸통과 팔을 보며 멋스럽다고 감탄이다. 머리끝과 손끝에 난 푸른 잎을 보고 고고한 기상과 절개가 느껴진다고 칭찬이다. 어떤 이는 오랫동안 비바람에 부대끼며 살아온 삶의 흔적이 담겼다고 경외하는 눈빛으로 우러러본다. 긴 세월을 불굴의 정신으로 헤치며 나가 마침내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인생이 담겼다는 것이다. 나는 소나무 분재이다.

나는 도도해도 될 만큼 멋들어진 자태로 가치가 높아졌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우러르며 놀랄 만큼 큰 금액으로 흥정을 건네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전혀 기쁘지 않다.

나는 어려서부터 내 마음껏 자라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대로 팔다리를 뻗을 수 없었다. 조금만 자유를 누리려 해도 어김없이 손도 잘리고 발도 도막이 났다. 몸통은 굵은 철사로 감아 비틀리고 팔과 손끝은 가는 철사로 감아 이리 꺾이고 저리 꺾였다. 잎에 닿는 따사로운 햇빛도 발을 담가야 하는 물과 양분도 관리 감독 아래에 배급을 받았다.

이렇게 자란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 허리가 꺾이는 고통을 못 참아서, 잘려나간 팔 다리가 아까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 내가 꿈꾸는 나의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자유 의지도 상실되었고 내 능력으로 성장한 나의 모습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삶은 거짓이다.

오래전 분재의 모습에 매료되어 친하게 된 소나무 분재의 하소연이다. 마음이 아프다. 그의 삶이 공허한 울림으로 가슴에 들어와 꽂힌다. 절절히 공감도 되고 반성도 된다.

부모의 권유로 현대무용을 전공한 박지민, 그는 부산예술고등학교를 전체 수석으로 입학했다. 무용과에서 수석은 개교 이래 처음이었다. 참가하는 현대무용 콩쿠르마다 수상으로 휩쓸며 승승장구하였다. 대학입학도 졸업 후 진로도 걱정이 없었다. 그러던 그가 엔터테인먼트 공개오디션에 응시하여 가수 연습생으로 발탁되었다. 발칵 뒤집혔다. 부모님, 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 모두 난리들이었다. 앞날이 보장되어 있는 길을 마다하고 성공도 불확실한 가수 아니 가수 연습생이라니. 반대 또 반대였다. 그는 서울예술고 음악과로 전학했고 터널 끝이 보이지 않는 힘겨운 가수 연습생이 되었다.

그의 자유와 꿈이었다. 그가 가고 싶은 길이었다. 그가 성공하지 못해도 그는 행복했을 것이다. 그 삶을 사랑했을 것이다. 부모의 우려도 타산의 유혹도 그의 길을 좌지우지해선 안 된다.

지민은 지금 미국에서 빌보드를 석권하고 영국에서조차 뉴 비틀즈라 불리는 BTS(방탄소년단)이다. 그들은 ‘전 세계 음악계에서 가장 큰 존재’라고 평가 받으며 세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 정이 깊은 사람일수록 그에게 원하는 것도 더 많아진다. 그로 인해 그의 생각과 삶의 방법을 구속하고 제어한다. 이는 상대에게 불행을 안겨주며 서로에게 불화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상대의 생각을 존중하고 그가 추구하는 삶의 방법을 인정하며 그와 조화를 이룰 때 모두가 함께 행복으로 어우러지지 않나 싶다. 감미롭게 흩날리는 꽃비 속에서 느끼는 느낌이 꼭 같지 않아도 된다. 손을 꼬옥 잡고 함께 걸어가면 사랑이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나는 ‘그들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학생들을 틀에 가두고 비틀고 꺾으며 교육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새삼 돌아본다. 내가 생각하는 삶과 삶의 방법을 아내와 딸과 아들에게 강요하고 있지는 않나 돌이켜 보며 반성한다.

슬픔 가득한 분재 소나무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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