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팬데믹이라는 세계적 증상이 지구 곳곳에 번지고 있다. 잠깐씩이라도 신나게 지낼 방법을 찾아보자는 그림책을 소개한다. 시간을 재미있게 채울 방법으로 요리를 만들기도 노래를 부르기도 운동을 찾아하라는 권유들이 많지만 집 안에 틀어박혀있자면 어쩐지 침대나 소파, 온수매트와 물아일체가 되는 일이 손쉽고 흔하다. 몸이 늘어지고, 마음에도 불안과 우울이 일상의 먼지처럼 스멀스멀 쌓여가기 시작한다. 뭘하면 좋을까, 전미화의 “어느 우울한 날 마이클이 찾아왔다”는 춤을 꺼내든다.

‘딩동’ 공룡이 벨을 누르며 자기는 춤추는 공룡이라고 소개한다. 그것도 먼 친척의 친척으로부터 당신이 우울하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고 한다. 집 문 앞에는 ‘잡상인 잡상인 같은 아무리 봐도 잡상인처럼 구는 사람·공룡은 즉시 신고하리다’라고 써붙여있다. 집 주인은 문을 쾅 닫고 안으로 들어가 난 생각이 많을 뿐 우울하지 않다고 부정한다. 공룡은 집 밖에서 음악을 틀고 ‘핫핫, 욱차욱차, 으써으써, 오아-으’여러 소리를 내면서 춤을 춘다. 어찌나 열심히 추었는지 몸이 발개졌다. 문틈으로 몰래 보던 여인이 조금씩 리듬을 타더니 신나게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 정도쯤이야, 나도 왕년에는 춤 좀 췄다며 사사삭 까닥까닥 원 투 쓰리 앗싸 오예~ 어느새 둘은 어울려 한바탕 춤을 춘다. 둘은 밴드를 조직한 것처럼 신나게 어울려 춤을 춘다. 공룡은 자신은 춤을 추는 공룡이지 잡상인이 아니라고 소개하고는 다른 곳으로 춤을 나누러 간다. 가는 곳마다 ‘쾅’에 부딪히지만 또 설득된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구의 우울증을 날려버리려는 것이다.

춤추는 공룡을 우울감의 치료제로 설정한 작가의 발상은 일면 황당하다. 그러나 어차피 형체도 보이지 않는 우울이란 존재에 당연한 상상이지 싶기도 하다. 우울은 바이러스처럼 실재하는 실체이지만 정신적인 것이라는 측면에서 미신처럼 다루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없는 병을 확대한다고도, 마음을 단단히 먹으면 없어진다고도 하기 때문에 우울감은 선뜻 말해지지 않는 문화적 습속이 아직 남아있다.

출입을 거부하는 현관문의 글귀도, 여자의 강한 거부도 무시하고 자신이 맡은 임무를 담백하게 수행하는 공룡은 지루한 일상에 활기를 넘어서 삶을 마감할만치 절박한 이들이 꼭 만나야 할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세련되지도 않고 단순한 춤사위는 여자의 몸을 움직였다. 고전적이고 어려운 세련된 양식의 춤사위도 아니다. 움직임이 정해져 있어서 행여 상대 발끝이라도 밟을까 걱정하며 추지 않아도 된다. 그냥 모든 시름을 잊고 추어대는 막춤이다. 당신을 위해 나를 보내주었다고 그러니 춤을 추자고 한다. 말없이 손만 내밀어 주면 말없이 되받아 하나둘 춤추게 하는 에너지를 공룡은 건넨다. 갑자기 들이닥쳐서 어디 먼 사람한테 당신이 우울하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이 말로 당신은 관심을 받고 있는 사람이란 걸 부담없이 알게 하고 투박하지만 정겹게 위로하려 한다.

그림은 전장을 채우는 커다란 앵굴과 과감하고 굵은 선으로 투박하게 그렸다. 그래서 담백하고 시원시원하다. 앞뒤 면지의 시원한 변화도 현실의 갑갑증을 털어내 준다. 몸은 움직이도록 창조되었고,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껴질 때 갑갑해진다. 멍하니 있는 것도 좋지만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는 것도 좋겠다. 맘에 드는 음악을 틀어놓고 아무런 막춤이라도 맵시있게 추는 척 최면걸며 추어보심이 어떠하실지, 사는게 재미없게 느껴지신다면 조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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