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전 341년 전국시대, 위(魏)나라 방연 장군이 30만 대군을 이끌고 조(趙)나라의 도읍 한단성으로 쳐들어가 갔다. 조나라는 두려워 성문을 굳게 닫고 지키기에 급급했다. 이에 방연은 한단성을 겹겹이 포위하여 조나라를 압박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자 성안에 식량이 바닥났다. 굶어죽는 조나라 백성들이 속출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백성들은 가축은 물론 쥐까지 잡아먹는 상황에 이르렀다. 위나라 방연은 이런 상황을 보고 받고 조나라를 더 압박했다. 조나라 왕이 백기투항하지 않으면 결코 포위를 풀지 않겠노라. 시간이 지나자 조나라는 극한 상황에 처했다. 견디다 못해 동맹국인 제나라에 구원을 요청했다.

한단성을 몰래 빠져나온 조나라 사신이 제나라 왕에게 아뢰었다.

“조나라가 무너지면 제나라 또한 안전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 조나라를 구하는 것이 제나라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서둘러 응원군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제나라는 곧바로 군대를 출정시켰다. 전기 장군을 총사령관으로 하고 손빈을 전략가로 내보냈다. 전기 장군은 직접 조나라로 가서 위나라 군대와 결전하는 것이 상책이라 여겼다. 그러자 전략가 손빈이 나서서 전략을 제시했다.

“위나라는 조나라를 점령하기 위해 자국의 모든 군대를 동원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금 위나라 도읍 대량에는 노약자들만 남아서 성을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 제나라 군대가 직접 조나라 한단으로 가서 위나라와 싸운다면 조나라는 한숨 돌리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위나라 군대가 용맹하니 분명 우리 제나라 병사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입니다. 혹시라도 위나라 군대가 생각보다 강하다면 우리 군대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하오니 장군께서는 위험한 전략을 피하고 조나라를 구할 방도를 찾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겠습니다. 얽힌 실오라기를 풀려면 매듭을 찾아 풀어야 하고, 높은 가지에 앉은 새를 쫓으려면 나무에 오르지 않고도 나무를 흔들면 쉽게 쫓을 수 있습니다. 직접 조나라로 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위나라 도읍 대량으로 쳐들어가면 위나라는 위급하여 조나라를 포위하고 있는 자국의 정예 병력을 불러들일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 군대는 안전하고 조나라도 위기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전기 장군이 옳다고 여겨 손빈의 전략을 받아들였다. 이어 군대를 둘로 나누어 배치했다. 선두는 위나라 대량을 직접 공격하기로 했고 후진은 위나라 군대가 회군하여 돌아오는 길목에 잠복하기로 했다. 갑작스런 제나라의 공격에 위나라는 크게 당황했다. 서둘러 조나라를 포위하고 있던 군대를 풀고 회군을 명했다. 이때 방연 장군은 제나라 군대를 우습게 여기며 급히 달려왔다. 하지만 마릉 지역에 이르자 매복해 있던 제나라 군대의 급습을 받고 처참히 패하고 말았다. 오만방자하던 방연은 패배의 치욕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자결하고 말았다. 이로써 제나라는 아무런 피해 없이 조나라를 구하였다.

위위구조(圍魏救趙)란 위나라를 포위하여 조나라를 구한다는 뜻이다. 우회전술로 적을 공격하여 안전하게 이긴다는 의미로 쓰인다. 예부터 야망을 품은 이들은 모두 겁쟁이였다. 자신을 살피고 주변을 살피며 조심했기 때문이다. 상대가 강할 때는 비켜서는 것이 상책이다. 자만심에 맞서다가는 패가망신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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