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충청매일] 미국의 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는 사람이 어떤 대상이나 사건을 해석할 때 실체적 본질이나 진위 여부와는 상관없이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을 ‘프레임(frame)’으로 규정했다.

‘프레임’ 이론은 긍정적 측면보다는 흔히 부정적 의미를 내포한 ‘프로파간다(propaganda·선전(宣傳))’와 궤를 같이 하는 경향이 강하다.

“선전은 진실을 섬겨선 안된다. 특히 진실이 적에게 유리한 상황을 조성할 수 있으면 더욱 그러하다”는 아돌프 히틀러(Adolph Hitler)의 말은 프레임의 효과를 대변한다.

요즘 사회의 화두는 단연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및 직무정지 명령이다. 가장 핵심으로 내세운 근거는 조국 전 장관 등 주요 재판부에 대한 불법 사찰 혐의다.

국민적 기억과 경험 속에 불법 사찰이란 용어 자체가 아주 부정적이고 반민주적인 개념으로 인식돼 있음을 의도했을 터.

보편적 불법 사찰의 개념은 특정인에 대해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위법적 수단을 동원해 사생활을 비롯한 지속적인 동향 파악을 의미함에도, 통상적이고 일시적인 재판부 성향 파악을 불법 사찰로 규정한 이유다.

결국 이같은 프레임을 적용, 검찰 개혁의 가장 큰 방해자가 윤 총장인 것처럼 호도함으로써 윤 총장 제거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저의가 엿보인다.

현 정부와 여권의 프레임 정치는 그리 생경한 일도 아니다.

조국 관련 비리 의혹 수사를 개혁에 반발하는 검찰의 집단적 저항으로, 위안부할머니 기부금 횡령 등의 혐의를 받는 윤미향 사건은 ‘토착왜구의 음모론’으로, 부동산 대책 등 주요 정책 실정의 원인은 전 정부의 적폐 영향 때문으로 몰아가는 것도 모두 프레임이다.

이러한 프레임을 통해 국민의 객관적 판단과 이해를 흐리게 하고, 자신들이 목적하고 주도하는 대로 여론을 형성하고 정국을 이끌어가려는 의도다.

특히 이같은 프레임 속에는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세력의 예상된 반발도 담겨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들의 반발을 통해 모든 사안을 정쟁화함으로써 현 정부 친위세력의 결집을 촉진하는 동시에 보수세력에 대한 반감을 재점화, ‘진실이 적에게 유리한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윤 총장 사태에 대해 국민의힘 등 보수세력은 의도적으로 방관해야 하는 당위가 여기에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검찰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 노력을 훼손하고 권력 노예화를 강요하는 위법적 행태라는 공감대를 형성한 검찰 내부의 강경한 목소리마저도, 이들이 끼어들면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게 될뿐만 아니라 그들의 진정성마저 퇴색되기 때문이다.

검찰의 공정성·정치적 중립 확립을 위한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면, 국민의힘 등 보수세력은 인내하고 침묵하길 촉구한다.

그것이 검찰 내부의 진실한 목소리가 어떤 ‘프레임’을 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돼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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