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흥구의 세상 엿보기]시작
[강흥구의 세상 엿보기]시작
  • 충청매일
  • 승인 2020.11.2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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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충청매일] 이른 새벽 기지개를 켜며 밭으로 나간다. 아직은 어둠이 사라지지 않고 버티고 있다. 간단하게 운동하고 곧바로 작업을 시작한다. 오늘의 일과는 관리기로 로터리를 치는 것이다. 이슬로 촉촉한 밭을 로터리 치면 먼지가 나지 않아 작업하기가 수월하다. 이렇게 하루를 열었다.

일년의 시작은 1월이지만 양력과 음력의 차이가 있다. 또한 농부들의 시작은 얼어붙었던 땅이 녹아 밭갈이를 시작하게 되는 3월이 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수업도 3월이 되어야 시작되고, 새싹도 3월이 되어야 돋아 올라온다.

우리 인생은 태어나면서 시작이다. 이를 알리는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100세 인생의 긴 여정을 출발한다. 성장하는 과정을 거치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지식을 얻고 활기차게 사회생활을 하며 열심히 돈을 모아 집을 사고 가정도 꾸며나간다. 출근, 퇴근, 하루의 마무리,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나를 찾아 발전하고 성장해 나간다. 한때 좌절도 겪어보고, 이를 극복하며 살기도 한다. 환경의 변화를 겪으며 자아 발전을 이룩하기도 한다.

시작에는 끝이 있다. 아침에 하루를 열면 밤에 하루를 닫는다. 태어나 세상을 살다 늙고 병들면 떠나간다. 마라톤도 출발하면 도착 지점에 도달한다. 모든 것들은 시작하여 도착할 때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중도 포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참고 견뎌내 끝까지 완주 해낸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반환점을 돌아 도착지점에 다 달았을 때 환희의 기쁨을 만끽하게 된다.

시작은 했는데 끝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밭에서 작업을 시작했는데 끝이 보이질 않는다. 일하기 싫고 지루하게 느낄때이다. 우리 인생살이도 지겹게 느낄때가 있다. 그날이 그날이고 변화가 없을 때 느끼는 현상이다. 모든 것이 귀찮고 지루하기만 하다. 삶의 패턴을 바꾸어야 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같은 일을 반복해서 하던 생활을 벗어나 등산, 낚시, 여행 등을 통한 변화를 시도해봐야 하겠다.

밭의 작물도 연작하면 퇴화하고 병해충에 걸려 고사한다. 다른 작물을 심어 밭의 성질을 개선하고 환경을 바꾸어 토질에 변화를 꾀해야 한다. 같은 반찬을 계속 먹으면 싫증이 나듯 우리 생활도 같은 일을 반복하면 짜증을 유발하게 마련이다. 변화를 주어 활력을 찾도록 해야겠다.

우리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거창하게 출발한다. 시작은 자신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규모를 축소하고 계획을 수정한다. 끝을 맺을 구실을 찾기 위해서다. 우리 인생도 끝을 준비해야 한다. 언제까지 진행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열었던 문을 서서히 닫을 준비를 해야 한다. 문 앞에 이것저것 지저분하게 쌓아 놓기만 한다면 문을 닫을 수가 없을뿐더러, 자꾸 더 많은 것들이 쌓이기 때문이다.

로터리를 마무리하고 미숙한 부분을 정리했다. 이로써 이 밭의 일 년 농사는 시작되었다. 비닐 피복을 하고 각종 작물을 심을 계획을 해본다. 옥수수, 고구마, 고추.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들을 상상하며 마무리를 지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힘차게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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