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645년, 당나라 태종이 친히 50만 대군을 이끌고 수륙 양면으로 고구려 침공에 나섰다. 이전에 태종은 주변 모든 나라를 군대를 동원해 굴복시켰다. 하지만 동쪽의 고구려만큼은 유일하게 정복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출발에 앞서 바다에 도착한 태종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거대한 파도와 망망대해 앞에서 그만 기겁하고 말았다. 게다가 고구려까지 배를 타고 천리를 가야한다는 말에 군대 출정을 크게 후회하고 있었다. 고심이 되어 장군 장사귀를 불러 말했다.

“고구려 출정을 명한 것이 후회막급이다. 이를 어쩌면 좋겠느냐?”

그러나 장사귀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계책을 세워 오겠다고 물러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부장인 설인귀를 불러 대책을 물었다. 이에 설인귀가 계책을 내놓았다.

“황제는 물론이고 호위하는 병사들도 바다가 안보이게 하면 될 것입니다. 그러면 고구려 땅까지 무사히 갈 수 있습니다.”

장사귀가 듣고 보니 참으로 출중한 묘수였다. 곧바로 태종을 찾아가 아뢰었다.

“이곳 바닷가의 한 부자 노인이 황제께서 왕림하셨다는 말을 듣고 성대한 연회를 준비했다고 하니 허락해주시기 바랍니다.”

태종이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 허락했다. 다음날 신하들과 장수들을 이끌고 부자 노인의 집으로 향했다. 해변 언덕을 오르자 아름다운 비단으로 치장한 큰 건물이 보였다. 그 집에 들어서자 수많은 시종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대문을 들어서자 바닥이 부드럽고 화려한 천으로 깔려있었다. 태종이 연회석에 들어서자 휘황찬란하기가 그지없었다. 태종은 너무 즐겁고 기분이 좋아 연회가 몇날 며칠을 이어졌다.

그런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연회장 사방을 장식한 비단들이 바람에 펄럭이고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탁자 위에 있던 술과 안주가 바닥에 떨어지고 사람들은 몸이 좌우로 흔들려 제대로 서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태종은 갑자기 의심이 들었다. 크게 소리를 질러 명했다.

“당장에 저 사방 비단을 모두 걷어내라!”

비단을 걷어내자 높은 파도가 몰려오는 바다 한가운데였다. 태종이 놀라 물었다.

“이곳이 도대체 어디란 말이냐?”

그러자 장군 장사귀가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

“우리의 배는 목적지에 다 이르렀습니다. 황제께서 바다를 두려워하시기에 부득이 연출을 한 것이니 용서하십시오.”

그 말을 듣자 태종은 너무도 어이가 없었다. 이어 크게 웃으며 도리어 장사귀를 칭찬했다. 이렇게 하여 태종은 두려워하던 바다를 건너게 됐다. 이는 중국 최대의 백과사전인 ‘영락대전(永樂大典)’에 있는 이야기이다.

만천과해(瞞天過海)란 하늘을 가리고 바다를 건넌다는 뜻이다. 삼십육계 중 승전계(勝戰計)의 첫 번째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상대를 안심시켜 판단을 흐리게 하는 전술을 말한다. 속임수는 결국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것이 대의명분을 위한 것이라면 용서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사익을 추구한 것이라면 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민주사회에서 권력기관에 감찰을 두는 것이 바로 이런 까닭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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