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충청매일]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과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에 대한 철거 여부가 지역의 화두 중의 하나이다. 충북도의회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을 철거하는 근거를 담은 조례안을 발의했다가 최근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철거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기 때문이다. 이유가 어찌됐든 어렵게 발의한 조례안을 폐기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더 많은 고민과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잘못이나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될 때 되돌리는 것도 큰 용기이고 결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은 우리에게 큰 숙제를 던져주었다. 그들이 저지른 죄와 잘못은 국민과 정치가 통합하지 못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고, 이에 대해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느끼는 국민의 정서가 철거와 관련한 갈등을 초래한 것이다. 물론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그들의 죄와 잘못이 씻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전직 두 대통령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이제는 네 명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이들의 동상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을까? 매번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소모해야 하는 것일까? 개인이나 사회는 부끄러움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처리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어떤 사건이나 관계에서 생기기 마련인 서운함, 분노, 억울함, 부끄러움, 슬픔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갈등을 키우기도 하고 전화위복이 되기도 한다. 보통은 개인이든 사회든 이런 부정적 감정이 발생하면 빨리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또 그렇게 요구되어 진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갈등과 부정적 감정을 더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개인적인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어린 시절 부모의 말씀을 잘 듣고, 모범적으로 생활한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이 부정적 감정에 대한 처리이다.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오히려 감정의 포로가 되고 만다. 때로는 평생 그 감정의 그림자 속에서 살기도 한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런 부정적 감정을 잘 처리할 수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 부정적 감정을 애써 없애거나 잊으려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회피하지 말라고 말한다. 속상하거나 슬플 때는 울고, 화가 나면 분노하고, 외로우면 함께하자고 요청하라고 한다. 그래야 그 감정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다. 사건이나 사실을 잊으라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되 감정은 남기지 않아야 한다. 직장 동료, 친구, 가족들과의 관계 속에서 생기는 불편한 감정은 참으면 참을수록 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인내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다. 그래서 개인이나 사회관계에서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감상적이지 않은 연민’이라는 표현이 있다. 건강하고 통합된 성인이 되려면 연민(감정)을 느끼되 감상적으로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사회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직 대통령의 죄와 잘못에 분노하고 부끄러워하되, 그 감정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부끄러움이 느껴질 때 상대방을 비난함으로써 그 부끄러움을 회피하지 말고, 온전히 우리의 것으로 받아들여야만 빨리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부끄러운 과거라고 해서 내가 아니었던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