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민주사회의 근간은 무엇일까. 여러 이론들이 있겠지만, 다원주의(多元主義)가 인용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일 것이다.

최근 한국사회를 보면 진영과 파벌로 나뉜 이분법적 사고와 행태가 정치는 물론 전반적인 사회구조와 문화 분야까지 지배하고 있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의 모든 행동과 언어는 절대적 선(善)이다. 반면 그에 대한 이견과 비판은 제거돼야 할 악(惡)이다.

국민적 분열과 진영 대결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과 병폐를 차단하고 국민 통합과 갈등 해소에 앞장서야 할 정치인들이 되레 이러한 갈등과 대립과 반목을 부추긴다.

적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대표’라는 미명 아래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무의 본질을 외면한 채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자신이 추구하는 사상의 전파를 위해 그 권한과 책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행사한다.

청와대나 정부 관계자 등 집권 세력에 속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민주사회를 파괴하는 가장 우려스럽고 경계해야 할 일임에도.

이런 와중에 몇몇 진보적 정치인이나 학자들의 일갈이 통렬하게 한국사회를 꾸짖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정치인은 좌우 진영논리를 넘어 국민을 통합해야 한다”며 공(功)은 공대로, 과(過)는 과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특히 “상대를 조롱하고 증오하는 정치, 적으로 규정하고 몰아가려는 선동으로 우리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도 최근 한 공개특강에서 “다원주의가 없는 시민사회가 도래하면서 언론의 자유, 비판, 자유로운 이견이 허용되기 어려운 사회가 됐다”고 현 시국을 비판했다.

최 교수는 한국사회의 편가르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운동권적 민주주의관’을 꼽는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도 최근 펴낸 저서를 통해 현 정권은 스스로 ‘선한 권력’임을 내세운 도덕적 우월감에 함몰돼 있다며, “그 ‘선한 DNA’를 앞세워 정권 권력을 옹호하며 그 과정에서 비판자들에게 온갖 모멸적인 딱지를 붙여대는 ‘도덕적 폭력’을 행사한다”고 비판했다.

서로 다른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결론을 도출해 이를 절충하고 상호 수용하게 함으로써 갈등과 대립을 해소해 나가는 기능과 역할이 부여된 정부와 정치권에 부여된 사명이다.

그러나, 현 정권과 집권당은 이같은 사명을 무시한 채 한쪽의 논리와 주장만을 ‘박제(剝製)된 선이자 가치’로 인용하고 수렴한다.

반대의 목소리는 선에 대한 악의 도전과 저항일 뿐이다.

독일 나치스 정권의 제국선전부장관이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가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당하지 않는다”고 선동한 것처럼.

하지만 승리는 영속(永續)되지 않는 법이다. 그 후에 추궁당할 ‘그들의 진실’을 어찌 감당하려 하는가.

적어도 같은 진영 내 또는 지지층이었던 사람들의 충고와 간언마저 외면한다면 패배의 혹독한 시련과 고통이 엄습해 오고 있음을 깨달아야 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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