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각
충북지방병무청장

[충청매일] 만추에 접어드는 십일월이다. 청사에서 우암산을 보노라면 형형색색 옷을 언제 입었나 싶을 정도로 예쁘다. 화창한 날에는 우암산 너머 것대산과 낙가산의 풍광도 손에 잡힐 듯 아름답다.

작년 여름 충북지방병무청장의 직을 받고 부임했을 때가 생각 난다. 청주는 처음 생활하는 곳이었기에 더 특별하게 느껴졌었다. 이곳에서 청장으로서의 소임을 다 하면서, 청주의 근무는 처음이기에 주말을 이용해서 청주 인근에 위치한 관광지나 유적지를 방문하려고 계획을 세우곤 했었다. 하지만 생각 만큼 쉽지 않던 차에 이 가을이 지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산야를 보고자 지난 주말에는 작심을 하고 길을 나섰다.

속리산이나 청남대 등 멀지 않은 거리에 단풍으로 유명한 곳은 많으나 사람이 비교적 적은 곳을 선택하다 보니 미동산 수목원으로 방문지를 정했다. 차를 몰고 시내를 빠져 나가는데, 도로명 주소에 ‘단재로’라는 표지가 자주 눈에 들어 왔다. “단재로?” 단재는 일제 강점기 때 일본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겠다며 얼굴을 곧게 든 채로 세수를 하셨다는 신채호 선생의 호가 아니던가. 잠시 차를 세우고 단재로를 검색해 보니 청주시 낭성면에 신채호 사당과 기념관이 위치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필자는 평소 그의 청렴하고 올곧은 성품을 존경해 왔다. 마침 미동산 수목원 방향이어서 먼저 신채호 사당에 들르기로 발길을 옮겼다.

역사가이자 독립운동가인 선생의 사당과 묘소는 귀래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마을의 옛 이름은 ‘고드미’라고도 했다는데, 마을 유래에서처럼 꼿꼿한 정신이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친의 고향이기도 한 귀래리는 선생이 유년 시절부터 성균관에 들어가기 전까지 자란 마을이다. 중국 랴오닝성 뤼순 감옥에서 1936년 2월 순국하신 후 유해를 고향인 이곳에 안장했다. 사당 앞쪽으로는 신채호 기념관이 위치하고 있다. 단재의 청렴했던 기록들을 더 자세하게 볼 수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실내를 개방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못내 아쉬웠다.

사당에서 올린 인사를 마지막으로 야트막한 언덕길을 내려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며 국가에 헌신하고 국민께 봉사하는 공직자들. 공무원의 실천 다짐 네 가지 중에서 으뜸인 덕목은 무엇일까. ‘청렴을 생활화하고 규범과 건전한 상식에 따라 행동한다’는 청렴의식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가난하면서 청렴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본인의 노력으로 공정하게 깨끗한 부를 형성했다면 비난받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무원의 경우에는 일반인보다 항상 스스로 경계하는 마음을 가져야 마땅하다 생각한다.

병무청이 지향하는 지표 중 첫 번째는 ‘공정한 병역 추진’이며 이는 공정성과 형평성을 중시하는 젊은 청년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병역판정검사를 받는 것부터 시작해 군 장병으로 입대하고, 전역 후 동원훈련을 받는 기간까지 공정성에 있어 극히 일부도 훼손되지 않도록 청장으로서 노력하고 있다. 충북지방병무청사 계단에는 아홉 개의 청렴 문구가 새겨져 있는데, 병무청 직원들에게 청렴을 강조하기에 앞서 나부터 실천하고자 한다. 청렴은 나를 비추는 또 다른 거울임을 오늘도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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