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충청매일] 한낮이 되자 뜨겁다. 땀이 흘러내려 옷이 푹 젖는다. 기력이 떨어지고 무기력 해진다. 씻고 점심을 먹으려는데 입맛이 없다. 찬물에 말아 겨우 몇 수저 떠본다. 조금 나아진다. 지친 몸을 이끌고 오후 작업을 시작했다. 견뎌내기 어려워 다시 들어와 씻고 에어컨을 가동하고 시원하게 낮잠을 청한다. 부족한 기력을 충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빨간 충전등이 꺼지고 파란 완료등이 켜졌을 때 낮잠에서 벗어났다. 몸이 개운하다. 시장기가 들어 간식을 먹고 다음 일정을 준비한다. 기력이 회복되었는지 일터로 나가자고 몸이 근질근질해진다. 슬그머니 일어나 밭에 나가 보았다.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뜨겁다. 한낮의 곡식들도 방전되었는지 어깨가 축 처져 있다. 이래서 농업은 ‘운칠기삼’이라고 했나보다. 가뭄, 태풍, 폭우, 모두 운에 맡겨야 한다. 자연도 기가 약해지면 성장력이 약화한다. 수시로 충전하여 힘을 북돋아 주어야 한다.

해가 미안했던지 산속으로 숨어든다. 더위가 약간 날아가고 먹기 좋은 감자만큼 식어있다. 충전식 분무기에 농약을 타고 밭에 살포하러 갔다. 날이 아무리 뜨거워도 벌레들은 생존을 위해 악착같이 갈아먹는다. 약을 뿌리기 시작하고 거의 마칠 무렵에 기계가 작동을 멈춘다. 배터리 충전량이 부족하여 꺼져버린 것이다. 확인하지 않은 탓이다. 어쩔 수 없이 중단하고 충전을 걸어 놓았다.

다음날 새벽 충전이 완료되어 농약 살포를 마칠 수 있었다. 배터리를 사용하는 농기계는 충전이 생명이다. 우리가 수시로 밥을 먹고 물을 마시듯 수시로 충전을 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필요로 할 때 사용을 하지 못한다.

우리 생활의 필수조건은 정신 기력이다. 기가 왕성하지 못하면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생활력 또한 열등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 사는 생활도 가끔 충전을 해줄 필요가 있다. 갑자기 삶이 무기력해지고 우울하고 짜증이 날 때가 있다. 몸의 배터리 충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을 급속충전 해주어야 한다. 음식 섭취뿐만 아니라 등산, 낚시, 여행 등을 통해 생활방식을 바꾸어 주어야 한다. 그러면 곧 충전되어 무기력했던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이다.

하루를 마치고 충전을 걸어놓고 잠자리에 든다. 아침을 맞아들이면 만충전이 이뤄진다. 가벼운 운동을 마치고 밭에 나가 농작물들과 아침 인사를 나눈다. 영롱한 아침이슬로 만충전한 작물들이 생기발랄하게 맞이해 준다. 사람이나 작물이나 똑같다. 저녁이면 지쳐 파김치가 되고, 아침이면 다시 활기를 찾는다. 이런 생활의 반복이 삶인가 보다.

우리 인생이 방전되면 기계가 멈추듯 생을 마감하게 된다. 기계는 배터리를 재생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지만, 우리 생은 한번 멈추게 되면 재생이 불가하다. 그러므로 방전되기 전 사전점검을 통해 미리미리 보충해 주어야 하겠다. 열정의 에너지를 불어넣어 항상 만충전 상태를 유지해 나가야 하겠다.

이제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인생길을 방전 없이 힘차게 달려 나가야 한다. 중도에 멈추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전상태를 수시로 점검하며, 새 인생을 살아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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