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꿈세상 정철어학원 대표

[충청매일] “서강석! 수업료 아직 안 냈지! 가방 싸 가지고 집에 가! ”

쓸쓸했던 어느 가을날 친구들이 모두 보고 있는 교실에서 황망히 쫓겨났다.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하시고 사업은 부도가 났다. 아버지에게 의지했던 가정 경제가 그냥 무너지고… 수업료는 당연히 못 냈다. 따가운 햇빛 아래 집으로 돌아오는 자갈길은 한없이 길었고 바람에 흔들리는 꺽다리 미루나무들은 그렇게 외로워 보였다. 슬프게 울어대는 매미울음소리 때문에 나도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난 그렇게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아무리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학교가 되었고 어느새 나는 친구들은 상상도 못 할 고난의 세계에서 살게 되었다. 그렇게 10여년이 지나 스물세 살이 되어서야 중학교과정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내가 벌어야 될 살림 형편에 뒤늦게 중학교 공부를 시작하니 또 다른 난관의 시작이었다.

미국의 엔터프라이즈라는 작은 마을은 오래전부터 목화를 재배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중 이 지역에 목화꽃이 피어나는 것을 방해하는 목화 벌레들이 기승을 부리더니 목화 수확량이 1/3로 줄었다. 마을은 순식간에 빈곤해지고 실직자가 줄을 이었다. 심지어 굶주리는 사람들마저 생겨나더니 병자들이 늘어나기도 했다. 견디다 못한 마을 사람들은 특단의 조치로, 눈물을 머금고 밭의 목화를 모조리 뽑아내었다. 그 작은 마을에 피할 수 없는 고난이 온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 고난에게 무릎을 꿇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 목화밭에 새롭게 땅콩을 심기 시작했다. 익숙하지 않은 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후 시간이 지나 화학제품의 옷감이 대량 생산되면서 목화산업이 갑작스럽게 사양 산업이 되어 사정없이 곤두박질쳤다. 그래서 기존의 목화 사업 관련자들은 예전보다 더 심각하게 안 좋은 처지에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목화 벌레 때문에 작물을 바꾸고 끊임없이 노력한 엔터프라이즈 마을 사람들은 그 지역을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땅콩 생산지로 만들어 놓았다.

엔터프라이즈 마을에는 해충인 목화 벌레를 기리는 기념탑을 세우고 그 탑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를 적어 넣었다고 한다.

‘벌레가 준 고난이 번영을 가져왔음을 감사하며 탑을 세운다.'

맞다. 고난은 하늘이 준 선물이다. 그 선물은 고난으로 포장되어 있어서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다. 그 고난을 희망으로 열정으로 노력으로 헤쳐 나아간 사람만 그 선물을 볼 수 있고 받을 수 있다.

어린 시절 고난의 늪에 빠졌던 나도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고난이 하늘이 준 선물임을 알았다. 주어진 같은 기간에 보통 사람은 느낄 수 없었던 많은 고통스런 경험과 쓰라린 느낌, 그로 인한 깨달음이 보통과 달랐고 많았다. 그 덕에 나는 남다른 정신적 성장을 했고 여렸던 내가 어떠한 곤경에도 의연할 만큼 강인해졌다. 이 어찌 선물이 아니라 하겠는가. 다만 그 과정이 힘들고 아플 뿐이다.

하늘이 주는 선물은 고난의 옷을 입고, 아픔으로 치장하여 우리 곁에 다가온다.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고 열정과 노력으로 아픔을 이겨내고 고난을 딛고 일어서서 그 선물이 주는 가치를 내 삶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 그 고난으로 온 세상이 진통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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