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좋은 운, 행복한 운이 있까? 행운은 행복과 관계가 있을까? 운은 선택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복은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복은 받아들이는 방식과 관련되기 때문일 것이다. 라이를라가 글 쓰고 아나G. 라르티테기가 그림 그린 ‘행운을 찾아서’는 그걸 대조하면서 보여준다.

두 젊은이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행운씨와 불운씨가 바로 그들이다. 둘은 사고의 방식이 다르다. 먼저 행운씨는 생활을 과정으로 즐긴다. 매사에 느긋하고 긍정적인 행운씨는 스스로 휴가를 즐길 자격이 있다고 갑자기 바람이 부는 대로 따라가 보자며 섬을 여행하기로 한다. 근처 여행사에서 갈만한 세레레섬을 추천받고 여정을 귀 기울여 듣는다. 다음날 일찍 맞춰 놓은 자명종이 울려댔지만 아주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정리를 꼼꼼히 하고, 고양이도 이웃에게 부탁하고 꼭 필요한 몇 가지만 챙겨 공항으로 향한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비행기 시간이 늦어져 느긋한 시간을 보내지만 비행기가 항구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섬으로 가는 기차를 놓친다. 행운씨는 걸어서 거리 구경을 하며 두 시간 뒤에 오는 버스를 기다리기로 한다. 버스 시간이 다 되었을 때 갑자기 운전을 하고 싶어져서 마침 방금 들어왔다는 렌트카를 빌린다. 바로 앞 버스정거장에 열려있는 가방을 못닫는 바람에 버스를 놓친 한 여인이 곤란해 하는 것을 본 행운씨는 여인을 마을까지 데려다준다. 휴가중 이라고 하자 여인은 고맙다며 저녁 식사를 대접한다. 즐거이 초대에 응하고 거기서 뱃사람인 그녀의 아들을 만나 재밌는 밤을 보내고 그가 꿈꿔오던 요트 여행도 하게 된다. 세레레 섬에 도착한 행운씨에겐 아들 친구인 호텔 지배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더 섬에 머물고 돌아왔더니 집에 불이 나서 모두 타버렸다. 마리나가 찾아와 같이 집을 복구하고 그곳에서 둘은 행복한 삶을 시작한다.

스페인의 작가 세르히오 라이를라가 글을 쓰고 아나G. 라르티테기가 그림을 그린 이 그림책은 특이하게 구성 되어 있다. 앞표지에는 행운씨를, 뒤집은 뒤표지에는 불운씨의 이야기를 따로 편집해서 한 권의 책을 만들어 흥미를 주고, 가운데서 끝을 맺지만 서로 만나지는 않는 구성이다. 파란 글씨로 인쇄된 행운씨의 행운, 붉은 글씨로 인쇄된 불운 씨의 불운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같은 목적 같은 장소에서 어쩌면 이리도 다른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을까? 신기하고 고개가 끄덕여 지기도 한다. 작가는 행운 씨의 이야기 앞에는 ‘행운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하여’라고 쓰고, 불운씨의 이야기 앞에는 ‘행운을 믿는 사람들에게’라고 썼다. 행운씨가 여행을 하며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그것을 대하고 생각을 바꾸는 과정에서 여유와 역발상, 융통성 등은 불운을 단번에 행운으로 바꿨다. 막연하게 뭔가를 기다리지 않고, 요행을 바라지도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할 수 없게 되면 다른 할 거리를 찾는 긍정과 여유로운 태도는 힘들고 지루할 만한 여행을 행운으로 만든다. 모든 것을 행운 씨와 반대로 행동한 불운 씨는 복권에 당첨되지만, 여전히 혼자이다. 행운은 어려움을 겪지 않는게 아니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일 수 있겠다. 초현실적 행운은 선택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일상의 행운은 잘 받아들이고 해석해내는 태도가 운명을 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행운은 선택할 수 없지만 행복은 선택할 수 있다. 아니 행운도 선택할 수있다. 대하는 관점이 달라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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