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충청매일] 중국 춘추시대 정치사상가인 관중(管仲)은 기본적 필승 전략으로 8가지를 강조했다. 충족한 물자, 기술자 육성, 강력한 무기, 인재 등용, 엄격한 군율, 꾸준한 훈련, 정보 수집, 임기응변 등이다.

관중은 여기에 예(禮)와 의(義)를 더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덕성이 없으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고, 대의명분이 없으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4·15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의 패인을 분석해보면 관중의 교훈이 고스란히 투영된다.

국민들에게 나눠줄 ‘정치적 물자’가 부족했다. 나눠줄 게 없으니 국민의 지지와 관심을 얻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정치적 이점’을 지지율로 변환시킬 줄 아는 ‘정치기술자’도 없었다.

국민의 지지를 촉발시킬 ‘강력한 정치적 무기’도 모자랐고, 당의 변화와 혁신을 대표할만한 ‘뛰어난 인재’도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전쟁을 앞둔 당 내부도 균열이 발생하면서 결집된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오랜 ‘집권당 관성’을 버리지 못한 채 ‘새로운 정치’에 대한 훈련도 없었다.

가장 중요한 ‘정보’에 대한 수집·분석 능력도 열세였고,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른 임기응변 능력도 부족했다.

도덕성에서도 분명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고, 정쟁(政爭)의 대의명분도 약해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 그들의 패인이다.

총선 패배의 충격을 딛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당명도 ‘국민의힘’으로 바꾸는 등 나름 ‘환골탈태’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민의 지지와 신뢰는 그들의 생각처럼 큰 변화와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최근 정황(政況)만 놓고 보면, 총선 당시보다도 야당에 더욱 유리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 힘은 주도권 싸움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치적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불신이 자연스레 확산되길 바라는 ‘정치적 반사이익’에만 의존한다.

정국을 타개하고 지지를 견인해 갈 리더도, 책사도 없다.

정부와 여당에 실망하고 절망한 국민들을 보듬어주고 그들이 신뢰하며 지지할 수 있는 정치적 대안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싸울 땐 싸워야 하지만, 민생 현장에 들어가 국민과 직접 부딪히며 그들의 요구와 기대를 수납, 정치에 반영하고 실천하는 생활정치는 외면한 채 그저 ‘입과 펜’으로만 ‘국민에게 힘이 되겠다’고 떠들어댄 들 어느 누가 신뢰와 지지를 보내겠는가.

‘나만 살아남으면 되지’하는 소속 정치인들의 이기적 습성과 ‘정권은 돌고 돈다’는 막연한 기대감과, 구호에 그치는 혁신을 버리지 못하는 한 단언컨대 정치적 반전은 없다.

그렇지 못할 바에야 지금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2등 정당’으로 숨통만 유지하는 ‘지혜로운 생존’에 만족해야 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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