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사람을 대할 때는 반드시 두 마리 개를 조심해야 한다. 그것은 선입견과 편견이다. 만약 이 두 마리 개에게 끌려 다니면 판단이 그릇되어 큰 화를 입게 된다.

생일을 맞이한 노스승이 제자들을 초청하여 잔치를 벌였다. 이때 맹자도 참석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스승은 제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부엌에서 일을 하던 여종 하나가 달려와 노스승에게 고하였다.

“선생님, 아무리 찾아도 귀한 은수저 하나가 없어졌습니다.”

스승이 그 말을 듣고 물었다. “거 참 이상하구나. 음식상에는 분명히 있었는데 어째서 하나가 없단 말이냐?”

그러자 여종이 대답했다.

“아마도 누군가 가져갔을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은수저가 어딜 갔겠습니까? 마침 식사를 마치고 귀가하신 분이 아무도 안 계시니 모두 몸을 뒤져 검사하면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스승은 잠시 주저하였다. 그러자 제자들이 나섰다.

“스승님, 저희들은 결코 은수저를 가져갈 사람이 아닙니다. 저희들의 결백을 위해서라도 여기 있는 사람들 몸을 뒤져 은수저를 찾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겠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자들은 성급하게 옷을 다 풀어 젖혔다. 그러자 구석에 앉아있던 맹자가 갑자기 크게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어느 제자 하나가 스승에게 다가가 귀에 대고 속살거렸다

“스승님, 맹자의 저 궁색한 태도를 보십시오. 혹시 그가 훔쳐간 것이 아닐까요?”

스승이 맹자를 쳐다보니 과연 그 얼굴이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속으로 생각하기를

‘맹자는 집안이 가난하다. 혹시 저놈이 훔쳐간 것이 아닐까? 표정을 보니 분명 훔쳐간 것이 맞아. 참으로 고약한 놈일세.’

스승은 맹자가 범인이라고 단정 지었다. 그때 설거지 하는 여종이 소리쳤다.

“찾았어요! 은수저 하나가 설거지물에 가라앉아 있었어요.”

이 말을 듣자 스승과 제자 모두가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맹자 또한 다행이라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스승이 맹자를 불러 물었다.

“너는 몸을 뒤진다는 말에 좌불안석이더니 혹시 무슨 이유가 있었느냐?”

그러자 맹자가 고개를 숙이며 부끄럽다는 듯이 대답했다.

“사실 오늘 날씨는 추운데 속옷이 없어 아내의 옷을 껴입고 왔습니다. 그래서 혹시 옷을 벗게 되면 사람들에게 웃음꺼리가 될까 걱정했던 것입니다.” 말을 다 들은 후 스승이 말했다. “참으로 사람은 선입견을 가지면 달라 보이는 법이다. 만약 은수저를 찾지 못했다면 네 너를 의심할 뻔 했도다!”

일편지론(一偏之論)이란 자신의 주관을 잃고 남의 말이 옳다고 여기는 편견과 선입견을 말한다.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義)라 하고, 남의 말에 귀가 솔깃하여 다르게 보이는 것을 사(詐)라 한다. 바르게 보고자 한다면 눈을 크게 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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