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전국시대(戰國時代)는 천하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고 갔지만 다른 한편으로 인간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사상과 이념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시기를 촉발하기도 했다.

기원전 350년, 맹자(孟子)는 노(魯)나라의 사상가이다. 사람의 본성은 본디 선하다는 성선설(性善說)을 바탕으로 인의(仁義)로 행하는 왕도정치(王道政治)를 주장하여 당대 최고의 유학자로 숭배되었다. 맹자가 학문으로 이름을 떨친 것은 순전히 그의 어머니의 영향이었다. 맹자의 모친은 유명한 일화인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에서 보듯이 자식 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어머니였다. 사람은 어려서 무엇을 배우느냐에 따라 그 일생이 달라진다는 미래의 안목을 갖춘 분이기도 했다. 따라서 자식 공부에 대해서 누구보다 엄격했다. 

맹자는 어렸을 때부터 남달리 책읽기를 좋아했다. 청년이 되자 본격적으로 학문을 배우고자 집을 떠났다. 이때부터 스승의 집에서 먹고 자며 학문에 몰두했다. 일 년이 지나고 이 년이 지나도 집에 가지 않았다. 오로지 책과 씨름하며 보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맹자가 집에 돌아왔다. 어머니는 마침 베틀에 앉아 베를 짜고 있었다. 아들이 돌아온 것을 보니 너무 반갑고 기쁘기도 하지만 어머니는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도리어 냉정하게 물었다.

“그래, 하던 공부를 다 마친 것이냐?”

맹자가 그 물음에 풀이 죽어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너무 힘들고 지겨워서 마치지 못하고 그만 돌아왔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가 맹자가 보는 앞에서 짜던 베를 칼로 끊었다. 베를 짜는 일은 맹자 모녀가 먹고 사는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걸 끊어버렸으니 맹자는 깜짝 놀라 물었다.

“어머니! 어쩐 이유로 그 귀한 베를 잘라버리시는 겁니까?”

그러자 어머니가 아주 실망한 투로 말했다.

“베는 실 한 올 한 올이 연결되어야 만들어진다. 공부도 마찬가지로 한 땀 한 땀이 쌓여야 이루는 것이다. 중도에 베를 끊으면 아무 곳에도 쓸모가 없다. 중도에 공부를 그만 두면 네가 인생에서 이룰 것이 아무 것도 없단다.”

맹자는 이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그날로 돌아가 다시 공부에 전념하였다. 훗날 맹자가 천하에 이름을 떨친 것은 오로지 어머니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이는 유향이 지은 ‘열녀전(烈女傳)’에 있는 이야기이다.

맹모단기(孟母斷機)란 맹자의 어머니가 소중히 짜던 베틀의 실을 끊었다는 뜻이다. 어떤 일이고 열심히 하다가 중도에 그만두면 아무 쓸모가 없다는 의미로 쓰인다. 일찍이 젊어서 자신의 직업이나 일을 선택해 그 한 길로 평생을 이어가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희비가 교차할 때마다 하는 일이 수시로 바뀌는 사람이 있다. 어느 것이 제대로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어느 것이 맞고 틀리고 좋고 나쁘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그래도 후회가 적은 인생이라면 한 길로 나가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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