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꿈세상 정철어학원 대표

[충청매일] 쓰담쓰담 토닥토닥 “힘내… 너는 할 수 있어!”

집안에 겹친 우환으로 우여곡절 끝에 뒤늦게 중학교 공부를 시작한 나의 이십 대 초반은 매사가 난관이었다. 그렇게 힘겨웠던 어느 날 학원 빈 교실에 혼자 남아 공부에 매달리고 있었다. 그때 선생님께서 교실로 들어오셔서 한참 나를 지켜보시더니, 가까이 다가와 빙긋이 웃으시며 카스텔라castella 한 조각을 책상위에 놓아 주시고 쓰담쓰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다. “강석아 너는 할 수 있어! 힘내… 너는 성공할 수 있어!”라고 말씀하신다. 가슴이 뭉클하다. 토닥토닥 조용한 선생님 손길이 따듯하다.

‘쓰담쓰담 토닥토닥, 너는 할 수 있어!’ 그 후 40여년 세월 속에서 지치고 어두울 때마다 단호히 나를 일으켜 세우곤 했던 선생님 손길이고 말씀이다. 경제적 곤경으로 좌절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 나에게 ‘나는 우뚝 일어날 수 있는 녀석’이라는 신념을 갖게 했고 선생님의 사랑과 성원이 담겼던 ‘토닥토닥’의 느낌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조금 안정되어 내가 현실에 안주하려는 안일에 빠졌을 땐 ‘이 정도가 최선을 다한 노력인가?’라는 반문의 채찍질이기도 했다. 이렇게 ‘토닥토닥 쓰담쓰담’은 나에게 큰 사랑이었다. 

얼마 전, 행사를 치르느라 수고한 어느 여선생님에게 격려차 ‘수고 하셨다’라는 말과 함께 어깨를 토닥토닥해 드렸다. 선생님도 수고를 알아준 마음을 고마워하는 눈치였다. 교무실에서 나오자 부원장님이 나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앞으로는 토닥토닥을 하지 말자고···. 격려와 성원은 간 곳이 없고 토닥토닥이 ‘몸에 손을 댄 것’으로 전락함에 놀랐다. 말인 즉, 오늘은 괜찮았지만 좋은 의도 임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오해로 인해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쓰담쓰담 토닥토닥’을 하지 말자고 했다. 요즘 세태가 그런 것은 나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더 깊이 다가왔다. 삶의 따듯한 한 부분이 무너져 가는 상실감이 안타깝다.

미투 운동으로 불미스러운 많은 사건들이 밝혀졌다. 앞으로도 계속 밝혀서 죄가 사실이라면 벌을 받고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성추행범을 벌주고 비난을 하는 것으론 성이 차지 않는다. 사회 전반에 있던 ‘쓰담쓰담 토닥토닥’이 의미를 잃고 ‘몸에 손을 댄 것’으로 치부되며 서로 견제하고 의심하는 풍조, 제자에게도 쓰담쓰담 머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꼬옥 잡아주려 하면 학생이 움찔 견제하는 풍조, 선생님도 혹 오해로 피해를 입을까봐 아예 관심 표현을 아니 관심 자체를 삼가는 새로운 풍조가 그런 성추행 때문에 생겨났기 때문이다. 마음을 나누는 표현은 소중하고 우리들 삶에 꼭 필요하다.

이제 스스로 치유해야 한다. 그런 불미스러운 잘못된 사건들로 인하여, 우리가 원래 갖고 있었던 따듯한 마음과 정을 표현하며 살았던 살만한 세상을 우리 스스로 의심하고 견제하며 각박하고 차가운 모습으로 자승자박하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봐야 한다. 자정이 필요하다.

살만한 세상, 멀리서 지켜보아야 할 때는 한 걸음 물러서서 마음으로 지켜보아 주고 토닥토닥 격려가 필요할 때는 다가가서 손을 꼬옥 잡아 줄 수 있는 스스럼없어도 되는 세상, 그런 살만한 세상을 그려 본다.   

어느 할머니가 “아이고, 이뻐라!” 하시며 엄마와 함께 지나가는 아이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리시는 모습이 새삼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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