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숙영 청주오창호수도서관 사서]각종 도서관이나 정보기관에서 이용자의 정보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문헌을 관리하고 대출 서비스와 필요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 직종. 눈치 챘겠지만 ‘사서’라는 직업의 멋진 의미이다.

그런 직업을 가진 내가 읽을 책을 고르고 사는 기준은 단순하게도 제목과 디자인이다. 물론 첫인상을 심어주는 첫 표지와 다른 사람들의 추천사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번에는 자꾸만 ‘무엇이…?’하고 궁금증을 유발한 류정환 시인의 ‘말도 안 되는’이라는 시집을 골랐다. 덧붙이자면 같은 고향 사람을 만난 반가움도 한몫했으며, 실제 보은 우리 동네뿐만 아니라 충북 지역의 산과 유적들도 자주 등장한다.

꽃을 좋아하고 자연을 노래하는 그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친숙한 소재들을 다루었다. 연을 날리며 자신의 존재를 고민하고, 냉이를 캐면서 힘을 내 질기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소박한 이야깃거리로 깊이 있는 우리 삶에 대하여 써 내려간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화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하여 열을 올렸었건만, 그럴 새 없이 그저 흰 종이 위에 쓰인 문장을 눈으로 좇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는 시집이다.

그 중 인상 깊게 다가왔던 작품 ‘반달 소포’를 소개하고 싶다. 내 경우에는 피곤한 하루 끝에 퇴근길을 함께하는 달을 보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여러 모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분들께도 그 몽글몽글한 기분이 전해졌으면, 마스크 없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젯밤 산책길에 달이 좋기에 조금 덜어서 보냅니다. 크고 작은 것은 마음에 달린 것이니 부디 소납하시어 창가에 두고 잠깐 보소서.’

‘고객님의 택배가 오늘 도착 예정입니다.’ 사람을 이렇게나 쉽게 설레게 하는 한 문장처럼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낸 당신께 제가 작은 소포 하나를 보내니, 부디 기쁜 마음으로 받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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