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우편집중국장
수필가

[충청매일]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서울에 사는 시집간 딸네 집에 다녀왔다. 결혼 한지 5년 되었는데 집을 옮겨 집들이를 겸한 방문이었다.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자주 못 만났는데 정부의 지침대로 생활 속 거리두기를 성실히 실천하며 서로 조심스럽게 만났다.

이웃에 살며 손자손녀들을 돌보아 주고 있는 사돈하고는 몇 일전부터 통화를 하며 만남의 즐거움을 재촉했다. 딸아이는 결혼 후 바로 아들, 딸을 낳아 양가에 기쁨과 웃음을 주며 사위와 함께 각자 제일들 해가며 오순도순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

사돈네하고는 상견례 날부터 서로 좋아하는 막걸리잔 주고받으며 수시통화도 하고 손자손녀들 자라는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보내줘 가며 여행도 함께하는 친구 같은 사이로 지내고 있다.

흔히들 친구들 앞에서 손자손녀들 자랑하려면 댓 가로 얼마를 선불내고 해야 한다는 우스겟 소리도 하지만 사돈 간에는 과장되게 이야기해도 서로 웃으며 맞장구 칠 수 있으니 마냥 즐겁고 행복한 만남의 자리다.

양가와 딸 가족이 모이면 첫째인 손자가 단연 분위기 메이커다. 손자는 누구를 만나면 기쁨의 표현을 펄쩍펄쩍 뛰면서까지 할 정도로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하고 정이 많은 아이란 생각을 하게한다. 더 어릴 때부터 집에 누가 오면 반가움의 표시를 제방으로 들어가서 혼자 맘껏 소리 지르며 한바탕 웃고 나서 졸졸졸 따라다니며 정을 표출하곤 했었다.

이번 모임에서도 양가와 딸네 식구들이 모여 집들이를 시작 할 때도 다섯 살 손자가 먼저 ‘할머니도 둘 할아버지도 둘’이라 좋다 해서 한바탕 웃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음날 오후 밖에서 외식을 하고 와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보더니만 낌새를 채고 집에 옷으로 다시 입으라고 떼를 써서 사정이야기를 했더니 아쉬운 눈치로 눈물을 글썽였다. 문을 나서며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나왔는데 사위가 우리를 배웅해주고 들어가 동영상을 보냈는데 다시 돌아가고 풀 정도의 장면이 발생했다.

손 흔들며 우리와 인사를 하고는 곧바로 자기 방으로 들어가 엉엉 울어 제 엄마가 달래는 모습이었다. 어린 것이 얼마나 서러웠으면 저렇게 울까하는 생각에 청주까지 오는 동안 아내와 눈을 마주치며 짠한 마음을 달랬다.

이별의 고통은 이런저런 만남과 인연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누구나 다 겪고 사는 게 인생이다.

직장생활 하는 동안 충남북 곳곳을 다니며 직원들은 물론 주민들과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하면서 아쉬움을 남기고 헤어졌다. 직원들에게는 언젠가 재회 할 수 있도록 이다음 퇴직하면은 퇴직자 모임에 꼭 나오란 말을 많이 하고 다녔다.

회자정리란 말이 있듯 모든 만남은 헤어지는 것이 운명이고 인연이다.

어린 손자도 이다음 알겠지만 정이 많으면 때에 따라 상처는 받을지라도 인생 된 사람이란 평을 받으며 일생을 살 수 있다.

사랑 한다 귀여운 손자손녀야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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