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충청매일] 전국에 한반도 지형을 닮은 명소가 여러 곳 있다. 가까이 옥천과 괴산에 있고 영월에 가도 볼 수 있다. 산과 물이 만들어낸 명소다. 이들보다 가까운 곳에서도 볼 수 있는데, 바로 나의 등이다.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만 생기는 상의 등 쪽에 나타나는 하얀 지도다. 이는 물과 산이 만들어낸 작품이 아니고 땀이 만들어낸 결정체다.

농작물은 농부의 땀으로 성장한다. 밭에 나가 하루 종일 일을 한다.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린다. 옷이 흠뻑 젖었다 말랐다 한다. 등이 축축하고 옷이 몸에 붙는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옷소매로 닦으며 열심히 일한다. 곡식은 농부가 흘린 땀을 받아 마시며 고마워하고 병충해 없이 건강하게 자라준다.

농부의 땀은 농촌의 힘이다. 땀 없이 얻어낸 결실은 없다. 땀이 노력이고 노력이 결과를 얻어낸다. 땀과 수확은 비례한다. 흘린 만큼 얻어낸다. 땀 없이 이뤄낸 소득은 없다. 물론 땀 흘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참고 노력하며 결과를 기다린다. 긴 시간을 인내하며 가꾸어 나가면 기다림의 결실은 가깝게 다가온다.

뜨거운 여름. 농작물도 땀을 흘린다. 더위에 지쳐 밭에 나가보지 않아서 보지 못했지만 그들도 분명 땀을 흘린다. 해가 기울 무렵 밭에 나가보면 더위에 지쳐 어깨가 축 처져있는 농작물들을 볼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린 탓에 갈증을 호소한다. 시원한 물을 건네주면, 감사하고 고마워하며 처졌던 어깨를 추슬러 올리며 고맙다고 인사한다.

땀의 가치는 행복한 미래다. 소방관이 흘린 땀은 인명을 구조하고 재산을 지켜준다. 운동선수들의 값진 메달도 땀으로 일궈낸 것이다. 농부의 땀은 식량자원을 확보하고, 어부의 땀은 수산자원을 확보한다. 노동자들이 흘린 땀은 국가 산업 발전과, 경제발전을 이룩한다.

이와 같이 너와 내가 각자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땀 흘린 덕에 국가발전을 이뤄내고 경제를 부흥 시킨다. ‘그물이 삼천 코면 어디에든 고기가 걸리듯, 이약 저약 쓰다보면 병에 맞는 약을 먹고 낫게 된다.’고 했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각자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땀 흘리면, 알게 모르게 이 사회에 약이 될 수 있는 인재들이 될 것이다. 즉 땀은 나라발전의 약이 되는 가치 실현의 밑바탕이라 생각해 본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차를 탁고 집으로 돌아온다. 옆에 타고 있는 아내가 코를 씰룩 거리며 땀 냄새가 난다고 한다. 옷을 갈아입고 출발 했어야 했는데 깜빡 잊고 그냥 출발했다. 미안했다. 그래도 담배 냄새 날 때보다는 양반이라고 말하며 애써 웃어준다. 예전에 담배를 피울 땐 차에 올라타면 담배부터 피워 물었었다. 땀 냄새는 노력의 결과물이니 맡을 만하다고 했다.

얼마쯤 달려 왔을 때 아내가 몸을 앞으로 잠시 숙여보라고 했다. 대단한 것을 발견 했다 한다. 앞으로 조금 기울이자 소리 내어 웃으며 ‘당신 등에 옥천 가서 보았던 한반도 지형이 하얗게 그려졌어.’한다. 땀이 말라 소금으로 하얗게 지도가 그려졌다고 하며 깔깔대며 웃는다. 밝게 웃는 소리에 하루의 피로가 싹 물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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