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충청매일] 비가 내린다. 내리고 또 내린다. 역대 최장기간이라는 기록을 세우고도 장맛비는 계속되고 있다. 길고도 지루한 장맛비로 인해 강수량이 많다 보니 전국 각지에 호우주의보나 호우경보가 내려졌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 것은 이 비로 인해 목숨을 잃은 분들이 계시다는 것이다. 어떤 분은 갑자기 불어난 물 때문에 지하차도에서 목숨을 잃기도 하셨다. 또 어떤 소방공무원은 끊어진 도로를 살펴보다가 지반이 꺼지면서 급류에 휘말려 끝내 돌아오시지 못하기도 하셨다. 어떤 분은 동료를 구하기 위해 불어난 물 위로 배를 몰았다가 동료들과 함께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신 분들도 있다.

삼가 유명을 달리하신 그분들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사랑하는 가장이나 가족을 잃고 비탄에 빠져있을 유가족들에게 엎드려 조의를 표한다. 부디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잘 극복하시기를 간곡히 기원한다. 필자 역시 중학교 2학년 어린 시절 아버님을 여의었다. 가장을 잃고 남은 가족이 살아남으면서 받아야 하는 고통이 어떤 것인가를 필자는 너무도 잘 안다. 억장이 무너지고 비탄에 잠길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생존은 해야 한다. 하루하루 이승에 남겨진 자식들은 먹고 살아야 하고, 학교에 가야하고, 사회생활을 해야만 한다. 그러면서 그 슬픔이 뼛속 깊이 사무칠 것이다. 비가 오면 더욱 생각날 것이고, 구름만 끼어도 가슴일 덜컥 내려앉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다시 생존을 위해 신발 끈을 당겨 매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적 고통도 따를 것이고, 정신적 괴로움도 심각할 것이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 잦아드는가 싶다가도 다시 고개를 들고 우리를 긴장케 하는 코로나 19로 인해 국민은 피곤하고 지쳐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밀려든 홍수로 인해 우리는 힘이 많이 든다. 물론 이 상황을 잘 극복하고 이겨내야 할 컨트롤타워인 정부 역시 여간 고되고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우선 수재민 보호에 대한 급한 대책을 세워야 하고, 실천에 옮겨야 함은 물론이다. 또, 홍수의 원인이 무엇이었고, 이런 재해에 어느 정도 얼마나 잘 대처했는가를 살피고 분석하는 일은 물론 중요한 일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지만 또 다시 소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도둑이 어느 쪽으로 들어왔는지 소를 잃는 동안 주인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냉정히 살피고 반성하는 일 역시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귀중한 재산과 가정을 지켜낼 수 있지 않겠는가?

이 와중에 이런 소식도 들린다. 홍수로 불어난 물길을 헤엄쳐 산 위의 절에 도착한 소 떼가 대웅전 앞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주인에게 돌아갔다는 일이다. 또, 전라도 어느 마을에서는 수해로 인해 물에 잠긴 축사를 빠져나가 지붕에서 버티다 구조된 6살짜리 암소가 구출 직후에 쌍둥이 송아지를 출산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야 할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한 일이 아닌가 싶다.

장맛비는 반드시 그칠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19도 반드시 종식될 날이 있으리라!

정말 어렵고 힘들게 우리에게 밀려드는 이 고난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식이 있는 한 홍수도 코로나도 언젠가는 우리 곁을 떠날 것이고, 우리는 맑게 갠 가을 하늘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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