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충청매일] 축제는 끝났다. 청주민족예술제 폐막 행사가 마무리되고 관객이 모두 떠난 행사장엔 뒷정리하느라 분주하다. 음향, 조명, 무대, 진행팀이 약속이나 한 듯이 빠르게 움직인다. 무질서하게 보이지만, 서로의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공연자와 스텝이 구분되지 않는 시스템에 익숙한 예술인들은 무대 설치 및 현장 진행, 그리고 마무리까지 최적화된 인력이다. 모자란 예산의 해결 방법으로 몸을 선택한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지만, 공연을 끝내자마자 무대 정리까지 이어지는 일은 고되다.

3일간 진행된 청주민족예술제의 마지막은 아쉬움과 후련함이 공존하는 새벽녘 낚시터 같다. 지난했던 준비 기간부터 정신없이 진행된 전시와 공연들이 모두 끝나니 한편으로는 홀가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청주민족예술제는 ‘예술로 광대승천’이란 주제로 전시, 공연, 시민체험 행사 등이 진행되었다. 예술이 웃음이 되고 예술을 통해 행복한 사회가 되었으면 바라는 마음이었다. 광대가 도드라지게 웃는 모습, 입꼬리가 올라갈 정도로 행복해하는 관객의 표정을 상상했다.

민화, 서예, 미술 작품이 함께 한 기획전이 동부창고 6동에서 3일간 진행되었다. 공연 역시 전시 공간에서 함께 진행되었다. 날씨와 주변 환경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전시장에서 진행되는 공연은 어떨까. 많은 고민이 있었고 그만큼 진행에 신경 쓸 일이 많았다. 춤·음악·국악·연극·풍물공연이 펼쳐졌고, 행사장 바로 옆 건물인 8동에서는 시민과 함께하는 북콘서트와 시민체험사진전이 진행되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제한된 관객만 모시고 온라인 촬영을 겸하였다. 그럼에도 소식을 접하고 찾아온 관객이 많았다. 행사별 홍보 효과도 있었겠지만, 예술 공연에 목마른 시민이 있다는 사실에 내심 기뻤다.

반면, 장소가 외진 곳에 있다 보니 동부창고를 찾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처음 와 본다는 사람이 많았고, 안내표지가 존재하지 않아 찾기 더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커다란 창고 공간에서 진행하다 보니 전시도 마땅찮았고, 공연 무대나 조명을 설치하기도 마땅찮았다. 중요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정악, 대취타 보유자인 정재국 명인을 모신 행사에 많은 관객이 찾아와 뜨거운 호응이 있었지만, 열악한 무대에 모신 죄송스러움이 컸다. 북콘서트와 시민체험사진전은 더 많은 시민과 만나기 위해 준비했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원예농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화분을 준비하고 행사에 찾아온 시민에게 꽃을 든 사진을 촬영하고 선물하는 행사였는데, 행사장의 운영 시간과 맞물려 사전 준비부터 삐걱거렸다. 커피를 마시러 온 손님에게 방해가 되면 안 되는 일이지만, 낡은 창고가 단순히 차 마시는 공간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쉬웠다. 넓은 주차장과 광장, 훌륭한 공간이 있는 동부창고가 예술을 통해 활성화된다면, 예술가뿐만 아니라 현재보다 많은 시민이 찾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행사는 끝났다. 예술의 길이 하늘에 닿을 수 있도록 예술가도 노력해야 하지만, 광대가 승천 할 수 있도록 시민의 관심은 물론, 국가적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짧은 기간의 예술제였지만,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가와 시민 모두 광대승천하는 시간이 되었다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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