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전 500년 전국시대, 안영은 제(齊)나라 사람으로 지혜롭고 강직하며 직언을 아주 잘하는 신하였다. 그 무렵 군주인 경공이 술을 좋아하여 연회가 일주일을 이어졌다. 대부 홍장이 조정에 들어와 보니 군주와 신하가 모두 술에 취해 있었다. 당연히 시급한 국정은 모두 마비된 상태였다. 보다 못한 홍장이 용감하게 나서서 그만 술자리를 끝낼 것을 건의하였다. 하지만 경공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홍장이 간곡하게 아뢰었다.

“군주께서 연회를 계속하시려거든 차라리 소신을 죽여주십시오!”

이에 경공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술은 과인이 좋아하는 것인데 어떻게 그만두겠는가.”

홍장이 이번에는 정말 죽기를 각오하고 다시 아뢰려 하였다. 이때 안영이 들어와서 홍장에게 두 손을 모아 축하 인사를 건넸다.

“홍대부 축하드립니다!”

홍장이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안영을 바라보았다. 이때 경공 또한 무슨 일인가 싶어 안영을 쳐다보았다. 안영이 이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홍대부께서는 신하의 충고를 잘 받아주시는 군주를 만난 것이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렇지 않고 폭군을 만났다면 당장에 목이 달아나고 말았을 것입니다.”

이 말에 정신이 번쩍 든 것은 도리어 경공이었다.

“홍대부의 충고를 받아들여 그만 연회를 끝내도록 하겠소.”

이어 안영이 경공에게 아뢰었다.

“음주는 적당하면 사람의 감정을 소통시켜 우의를 다지게 합니다. 하지만 지나치면 도리어 그르치게 됩니다. 군주께서 술을 좋아하신다고 조정 일은 팽개치시면 이는 나라에 큰 해가 될 따름입니다.”

안영의 이 충고에 경공은 이후로 술을 자제하겠다고 하였다. 얼마 후 안영이 경공을 초청해 술을 마시게 됐다. 대낮부터 시작된 술자리가 어느덧 어두워졌다. 경공이 등불을 밝히게 하고 계속 술을 마시자고 했다. 이때 안영이 엎드려 아뢰었다.

“시경에 술에 관한 글이 있습니다. 음주는 적당할 때 그칠 줄 알아야 하고, 마시고 나면 자리에서 스스로 일어설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손님과 주인의 예를 잃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취해서 일어설 줄 모르면 그것은 손님의 예의를 잃은 것입니다. 소신이 밤늦게까지 군주와 술을 마신다면 이는 군주의 잘못을 부추기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군주께서는 깊이 살펴주십시오."

이에 경공이 바로 술자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후로 술로 인한 군주의 실수가 없었다. 이는 ‘안자춘추(晏子春秋)’에 있는 이야기이다.

주입설출(酒入舌出)이란 술이 들어가면 혀가 나온다는 뜻이다. 술을 많이 마시면 누구나 수다스러워진다는 의미로 쓰인다. 술이 적당하면 교제가 건강하고 우의를 다질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면 다툼이 생기고 관계를 망치게 된다. 그러니 젊을 때 좋은 술버릇을 배워두면 두고두고 술이 유익할 것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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