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충청매일] 조선 현종 즉위년(1659년)에 효종이 붕어하자 그의 계모인 자의대비 조씨의 복상(服喪) 기간을 두고 당시 조정은 예송논쟁(禮訟論爭:예법에 관한 다툼)에 휘말린다. 이에 서인이 조정에서 물러나고 인조의 왕비이자 효종의 계모인 조대비는 1년 복상을 하는 등 2차 예송문제가 권력투쟁으로 피비린내 나는 역모와 사화를 일으켜 정치혼란이 극에 달했다.

최근 극단적 삶을 포기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절차와, 6·25한국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 논쟁이 조선시대에나 있을 듯한 21세기 예송 문제로 야기되고 있어 과거의 역사가 되풀이된 듯하다. 이와 같은 현대판 예송문제는 2010년 10월 10일 사망한 황장엽 전 노동당비서의 현충원 안장과 국민훈장 수여와 조문 방식 등 정치권이 애도를 표하면서도 예우 수위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 바 있다.

갑작스럽게 이승을 떠난 서울시장과 백수(白壽)를 넘긴 장군의 장례식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는 정치권은 물론 인권단체, 여성단체로 분열하여 진영논리와 페미니즘(Feminism:여성주의)으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사회문제에 의견 제안 선점을 위해 가상공간에서도 누리꾼들 간에 댓글 논쟁 등 온라인 시위가 격렬하다.

인권운동가이자 시민운동가·행정가로서 남긴 공적을 감안하면 5일간의 서울특별시장(葬)이 옳다는 진영과, 여비서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피해 여성을 배려해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러야 한다는 의견으로 맞서고 있다. 또한 6·25 한국전쟁시 혁혁한 공을 세운 신화적인 군인이지만 한 때의 친일행적으로 ‘국민장(葬)’보다 격이 낮은 ‘육군장’으로 치러지고, 현충원에 안장할 수 없다는 장례문제를 둘러싼 예송논쟁이 국회 청문회에서도 쟁점 대상이 되었다. 

역사는 오늘의 잣대로 과거의 역사를 재단해선 안 되지만 거울로 삼을 필요는 있다고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시에 처해진 시대상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하며 역사적 평가는 후세의 사가(史家)들의 몫으로 남겨야 한다. 고인이 되신 두 분이 본의 아니게 2일 간격으로 많은 논란 속에서도 영결식을 가졌는데 분향소의 조문객이 일만이 넘었고 온라인 추모열기가 높은 것은 그들이 과거의 잘못보다 그동안의 공적을 기린 마지막 애도(哀悼)였을 것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존재한다는 것은 오만(傲慢)이며, 공적이 있으면 잘못도 있으므로 이를 저울로 정확하게 측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세상을 떠난 고인들은 시대의 상황에 따라 공과를 평가 인정하면서 추모함이 이성적 태도일 것이다.

폴리티컬 파워(Political power)가 역사의 정의를 결정한다면 정권교체 때마다 정의는 무너지며 그때마다 예송 문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간에 많은 사건들이 정치화 되고 왜곡되어 특히 국론을 분열시키는 양극화과정을 겪어왔다. 지금 우리는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가장 어려운 시기에 봉건주의적 정쟁(政爭)과 선동에 현혹(眩惑)되지 말고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며 바르게 가려지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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