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충청매일] 지난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다녀왔다. 대청호의 보전과 활용을 위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였다. 지난해 지역 국회의원이 발의해 제정된 ‘댐 주변 친환경 보전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 댐특별법은 수십 년간 상수원 보호를 위해 개인의 재산권을 규제받아 온 대청호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체계적인 환경보전을 위해 제정되었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 상수원보호구역은 제외됐고, 가능한 사업도 이미 다른 법에서 시행하고 있는 댐 주변지역 지원사업이나 관광사업, 숲길조성, 친환경농수산물의 생산·유통·수출 지원사업에 한정돼 있다.

문제는 관광이나 숲길조성 사업이 40년을 규제 속에서 희생당해온 대청호 주민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지역주민 중 과연 몇 명이 그 관광사업과 숲길을 이용할 것이며, 외지인들의 방문으로 지역주민의 삶은 또 얼마나 나아질 것인가? 결국, 대청호 주변 환경자원의 혜택을 누리고자 방문한 하류지역 사람들의 여가를 위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일부 식당과 상점은 혜택을 볼 수 있겠으나, 그마저도 머지않아 자본에 잠식당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친환경농산물 관련 사업은 그나마 지역주민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만, 이 또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친환경농산물로 인증받기 위한 절차가 까다롭고, 그 인증을 유지하기엔 대청호 주민들의 나이가 너무 많아져 버렸다. 신체적인 힘이 있고, 여러 가지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젊은 연령층이 들어와서 살 수 있는 여건이 함께 마련되지 않는 한 친환경농산물은 공허한 메아리로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토론회가 끝나갈 무렵, 옥천에서 올라오신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침 일찍 준비하여 올라와서 2시간 넘게 지켜본 토론회에서 그분들은 또 다른 상처와 허탈을 느껴졌던 것이다. 주민들이 꿈꾸는 대청호의 모습과 토론회에서 논의되는 내용의 차이가 너무 컸다. 정해진 시간을 훨씬 초과하고, 서너 명의 항의가 이어진 후에 토론회가 끝났다. 청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필자는 대청호의 사회적 가치라는 것이 대청호 주민들에게는 과연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졌을까 라는 생각이 자꾸 맴돌았다. 먼 길, 긴 시간을 투자해서 올라와서 한 맺힌 이야기를 쏟아낸 주민들에게 ‘화풀이’의 기회 이외에 어떤 위로가 됐을까? 우리는 그동안 대청호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지역주민들과 논의해 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가?

최근 환경부에서 팔당호와 대청호의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에 대한 제도를 개선하고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40년 동안 규제만을 강조했던 환경부가 스스로 제도를 개선한다고 하니 놀랍고 반갑다. 지역에서의 기대도 적지 않다. 필자 또한 기대를 하면서도 대청호를 둘러싸고 꼬여있는 이해관계를 어떻게 풀지 우려가 앞선다. 환경부는 그동안 받아왔던 질타를 어느 정도 탕감하면서 최대한 방어하려고 할 것이고, 지방정부는 눈에 띄는 성과와 사업 계획을 통해 치적을 쌓으려 할 것이다. 하류지역 주민들은 대청호 주민의 상황이 안타깝고 미안하지만, 혹여 상수원이 오염될까봐 규제 완화를 반대할 것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바램 속에서 이번 연구가 얼마나 지역주민의 목소리와 현실을 담을 수 있을지 기대와 걱정의 마음이 든다. 바라건대, 2004년 제정된 이후 여태 잠자고 있는 ‘충청북도 대청댐 주변지역협의회 설치운영 규정’이 이제는 깨어나서 대청호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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