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충청매일] 샤넬(CHANEL). 1913년 프랑스 북부의 휴양도시인 도빌에서 조그만 가게로 시작해 세계적인 명품으로 성장한 프랑스 브랜드다.

그런 샤넬도 시대적 변화와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하지 않은 채 샤넬만의 고집을 고수하다가 한동안 침체기를 겪기도 했다. 샤넬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으며 명품브랜드 시장을 주도한 배경엔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라는 디자이너가 있다.

샤넬의 근본 정신을 계승하되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통해 중장년층에 치중됐던 소비자층을 젊은층까지 확대하며 샤넬의 제2전성기를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으면 진정한 디자이너가 될 수 없다”는 그의 확고한 신념이 모태가 됐다.

세종특별자치시. 과도한 수도권 집중에 따른 부작용 해소와 지역개발 및 국가균형발전, 국가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2012년 정부 직할 자치단체로 공식 출범했다.

세종시 건설은 세종시만의 독자적인 성장이 아닌, 대전·충남·충북 등 인접한 다른 광역단체와 연계한 동반 성장을 통해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세종시는 상생 정책에 적극 협조할 책무가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 세종시는 이미 정부 차원에서 ‘불가’ 판정을 받은 KTX세종역 신설 추진론을 다시 끄집어내며 불필요한 지역갈등과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세종역 신설 논란은 2017년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 비용편익분석(B/C, 1이하면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이 0.59에 불과, 사실상 종결됐다.

그럼에도 이춘희 세종시장은 지난 9일 세종역 신설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지긋지긋한 세종역 신설 논란을 다시 부채질하고 있다.

세종시가 자체적으로 아주대에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 비용편익분석이 당초 0.59에서 0.86으로 높아진 만큼 세종역 신설 필요성이 충족됐다는 논리다.

연구용역의 객관적 공정성을 지적하지 않더라도, 비용편익분석이 1이하면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만큼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연구용역 결과보다 상승했다고 해도 세종역 신설의 경제적 타당성은 인정받기 어렵다.

국토교통부가 세종시의 세종역 신설 재추진 입장에 대해 즉각 반박을 통해 “고속철도 수요, 정거장 안전 등 운영 효율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세종역 신설은 불가하다”고 대응하고 나선 이유도 이같은 맥락이다.

적합한 예는 아닐지 모르지만, 굳이 ‘대중의 지지와 사랑을 얻으려면 때론 자기 고집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칼 라거펠트의 철학을 인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시장은 세종역 신설 고집을 버리고 다른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세종시 발전을 도모할 때 비로소 세종시 건설 목적에 부합하고 충북도를 비롯한 인접 자치단체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끝내 고집만 부린다면 세종시는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하고 퇴조하는 ‘그들만의 명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이 시장은 이제라도 ‘세종시의 장’이란 근시안적 사고를 벗어나, 칼 라거펠트같은 ‘세종시의 디자이너’로서 균형발전과 동반성장이란 행정수도 건설 정신을 계승·발전시켜 나가길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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