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충청매일] 2002년 제정된 ‘금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금강수계법)에 따라 금강수계의 상수원인 대청댐과 용담댐의 물을 공급받는 수요자(대전, 세종, 충남, 충북, 전북 및 한국수자원공사)는 1톤의 물 사용에 대해 170원의 물이용부담금을 납부하고 있다. 물이용부담금은 수도요금고지서에 첨부되어 나오는데, 이를 기반으로 조성된 금강수계기금은 올해 기준으로 연간 1천465억원이다.

이 수계기금은 금강수계법의 목적인 ‘금강수계 상수원의 수질개선과 상수원 지역주민의 지원사업’에 적합하게 쓰여지도록 계획되었고, 2002년 이후 약 1조7천453억원이 조성되고 지출되었다. 즉, 우리나라 중부권 지역의 상수도 수요자에게 안정적인 물을 공급하기 위해 댐 상류 주민들이 치른 희생의 대가로 연간 1천465억원이 조성되고 있으며, 이는 상수원 규제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약 1만3천500명)의 수로 단순 계산하면 연간 1인당 1천85만원이라 적지 않은 규모이다. 그렇다면 상수원 상류지역 주민은 상수원 서비스 제공과 희생에 따른 대가와 보상인 이 금액을 모두 받고 있는 것일까?

결론은 전혀 그렇지 않다. 상수원 규제지역의 주민들과 물을 공급받는 하류 주민의 관계는 일종의 서비스 생산자와 그 서비스를 사용하는 소비자와 같다. 그리고 그 서비스의 대가(물이용부담금)로 서로 연결되는 거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거래는 처음부터 이상한 중간자가 개입하였고,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수계기금을 관리하고 집행하는 중간자(수계위원회, 지방정부)는 여러 가지 구실을 들어 상류지역 주민이 환경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발생한 대가(수계기금)의 많은 부분을 환경기초시설의 설치 및 운영(38.2%), 규제지역의 땅을 매입(18.7%)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더구나 수계기금 중 사용하지 못하고 남기는 여유자금도 18.3%(268억원)에 달한다. 결국 상류지역 주민지원을 위한 기금은 197억원/년(13.4%)을 줄었다. 규제지역 주민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대가도 1인당 146만원으로 줄어든다. 그렇다면 13.4%로 줄어든 주민지원사업은 실제로 주민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이 또한 전혀 그렇지 않다. 주민지원사업은 대부분 지역의 편의나 복지시설(마을회관, 상하수도 시설, 마을버스 등)에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주민을 지원한다기보다 지방정부를 지원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상수원 보호를 위한 규제로 재산권 침해의 피해는 주민(개인)이 받는데, 그 보상의 수계기금은 중간자에게 더 많이 지급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는 제품에 대한 값을 지불했는데, 중간 유통업자가 너무 많은 수익을 챙기는 바람에 정작 생산자는 계속해서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는 꼴이다. 그리고 제품의 가격도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유통업자가 결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거래는 불공정을 넘어서 폭력에 가깝다.

대형 댐을 통한 상수원의 공급과 이를 위한 상류 지역의 규제는 합리성 여부를 떠나 생존의 문제이기에 상류 주민들도 인정하고 수용한다.

이 희생과 서비스 제공에 대한 대가로 물이용부담금을 부담하는 제도에 대해서 하류 주민들도 기꺼이 수용한다. 합리적이고 상생(相生)적일 것 같은 이 거래는 이상한 중간자의 개입으로 갈등과 위기에 처해 있다. 곧 20년이 되는 수계기금제도는 여러 가지 여건의 변화와 환경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불을 기준으로 다시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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