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충청매일] 오늘 또 하나의 고개를 넘는다. 매일 넘어온 고갯길이지만 오늘은 왠지 수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날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다소 다른 느낌이지만 대부분은 어려움 없이 넘어간다. 비가 오나 눈이 내리는 날에도 매일 넘어야 하는 고개다. 어떤 날은 너무 힘들어 쓰러질 것 같기도 했었다. 반면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넘은 날도 있었다. 앞으로 많은 고개를 넘어야 한다. 몇 고개를 넘어야 할지 모르는 인생 고갯길, 힘든 일 없이 산책하듯 가볍게 넘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야 했던 고갯길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친구 동료를 비통함으로 보내야했던 날도 있었다. 언제까지나 함께 하리라 생각했건만 어느 날 홀연히 인생 고개를 넘어가 돌아오질 않는다. 고개 넘어 만날 수 없는 머나먼 곳으로 또 다른 길을 따라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까지 우리가 넘어온 고개는 험난한 고갯길이었다. 굶주린 배를 물과 풀 송기를 벗겨 채우며 살았던 보릿고개.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빗방울 같은 포화와 시뻘겋게 흐르는 피의 강, 전쟁의 미아리 고갯길을 넘어왔다. 기나긴 터널을 지나 밝은 빛의 세상을 맞이한 지는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새벽을 노래하며 모두가 노력하여 얻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제 졸라맸던 허리띠는 사라지고, 길어진 허리띠를 매고 있다. 받아먹던 고갯길에서 탈피하여 나눠주는 고갯길로 옮겨 탔다. 이웃과 나누고 옛날 우리처럼 힘들어하는 나라도 도와주며 살게 됐다. 험난하기만 했던 고갯길에서 선형구간이 바로잡힌 고갯길로 접어들었다. 힘들기만 했던 고난의 고개가 인생을 즐기며 넘는 행복의 고개로 탈바꿈한 것이다.

오늘의 고개를 넘고 내일의 고개를 설계한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오늘을 돌아본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고갯길. 그곳에서 우리는 내일을 준비한다. 고갯길 양 옆에 예쁜 꽃들이 피어있다. 힘들기만 한 인생 고갯길을 끌어주고 밀어주는 꽃들이다. 꽃을 보며 고개를 넘는다. 훨씬 수월하다. 그들이 동료고 가족이다. 그런 그들이 떠나가고 없는 고갯길은 슬픔이다. 떠난 그들은 또 다른 고개에서 길을 걷는 이들을 위해 꽃을 피울 것이다. 바람에 흔들리며 환한 미소로 그들을 맞이할 것이다.

힘들게 오른 만큼 더 올라야하는 고갯길. 그 고갯길에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함께한다. 힘들게 오르다 숨을 고르게 하는 내리막을 맞이하면 세상을 다 얻은 듯하다. 그러나 또 올라야 한다. 그것이 인생이다. 고갯길 옆을 흐르는 계곡물이 위안을 주며 함께하는 듯하다 그들은 반대방향으로 흘러내려간다. 함께 하지를 못한다. 나와 반대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의존하지 말고 내 길은 내가 가야한다. 도움의 손길은 잠시일 뿐이다. 누군가를 의존하면 더 힘든 고갯길로 접어들게 될지 모른다.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넘어온 고개다. 농사일도 하고 냇가에 나가 고기 잡으며 휴식을 갖고, 산을 오르며 심신을 단련하며 넘어온 고갯길이다. 이제 내 인생 고갯길에는 터널을 뚫어, 오르막 내리막이 없는 순탄한 길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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