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참혹한 일들이 미디어를 통해 걸러지지 않고 뿌려진다. 마음 아픈 이야기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뉴스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새로운 것, 뉴스 가치에 착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나올 수 없는 건지 인류가 쌓아올리는 문명에 대해 두려움이 일기도 한다. 우리는 어쩌자는 것일까, 곳간을 늘이고, 집을 늘이고, 학벌을 높이고 건물을 올리면서 잘 사는 줄 위안 삼는 사이에 사람에 대한 귀중함 같은 것들을 가차없이 팽개쳐 온 건 아닌지 갑갑하기도 한다.

아이나 노인, 장애인과 약자에 대한 보호는 인간이 해야하는 모든 가치의 기본이다. 맨 몸으로 세상에 나왔어도 무사히 목숨의 그 한 시절을 살아낼 수 있는 것은 누군가의 온기와 호의덕책이다. 그 것 없이도 생기를 띠며 살아남을 생명은 없다.   

투르디 루드위그 글, 패트리스 바톤 그림의 그림책 ‘보이지 않는 아이’를 펼쳐보자.

선생님 앞에 손을 들고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은 다양한 색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브라이언은 흑백이다. 시끄러운 아이들 틈에서 투명인간처럼 브라이언은 가끔 보이지 않는다.

쉬는 시간, 아이들이 나름대로 원칙을 가지고 편을 갈라 뽑는데 맨 마지막엔 브라이언만 남는다. 아이들은 힐끗 돌아보고 자기들끼리만 발야구를 한다. 브라이언은 눈은 여전히 발야구에 두고 발길을 돌려 조용히 책을 읽는다. 같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브라이언의 아픈 마음을 이해할 거라 생각하며.

점심시간, 아이들은 생일파티, 수영장 이야기를 신나게 하지만 브라이언은 초대받지 못한다. 환하고 즐거워 보이는 여러 색깔 아이들이 있는 곳 구석에서 흑백의 브라이언은 조용히 샌드위치를 먹는다.

자유 놀이 시간, 친구들이 보드게임을 하고 책을 읽는 동안 브라이언은 제자리에 앉아 건물 위에서 불을 뿜어대는 용, 은하계 전투에 휘말린 외계인, 보물상자를 찾아낸 욕심쟁이 해적과, 어디에서든 친구를 잘 사귀는 초능력을 가진 슈퍼맨을 그린다. 아이들에게 보여줄 때는 하나하나 천천히 보여준다. 그림들이 자신의 마음을 담았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

월요일 아침, 저스틴이 전학을 온다. 친구들이 관심을 갖고 친구가 될만한 지 재어보며 깔깔댄다. 놀림을 받는 게 나은지 투명인간이 되는 게 나쁠지. 다음날 브라이언은 어제 하지 못했던 말 어제 싸왔던 불고기가 맛있어 보인다고 쓰고 그림을 그려 저스틴의 사물함에 넣는다. 쉬는 시간에 저스틴이 그것을 보고 잘 그렸다고 말하자 브라이언의 입가에 웃음이 번지고 교실에도 웃음이 퍼진다.

다시 수업시간, 특별과제 시간이 되어 아이들이 재빨리 저스틴을 데려간다. 아이들 셋이 뒤죽박죽이 되어 이야기를 꾸미고 나자 저스틴은 브리이언이 우리에게 맞는 멋진 그림을 그려줄 거라고 말한다.

또 다시 브라이언이 제일 피하고 싶어하는 점심시간, 다 같이 웃고 떠드는 기나긴 시간. 혼자 버텨야하는 브라이언. 하지만 저스틴이 손을 흔들며 부른다.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나고 참 잘했어요 도장이 찍힌 공동과제물과 친구들과 함께 있는 색깔 있는 브라이언이 뒷 표지를 장식한다.

적극적인 괴롭힘도 소극적인 버려둠도 개인에게는 암울하다. 생기있게 살자면 호의와 관심이 꼭 있어야 한다. 어른이고 애고 노인이고 소년이고 다 그렇다. 강하고 약함이 따로 없다. 쓸데 없는 관음증 말고 곁의 사람과 일상을 함께 해나가는 것, 그게 진정한 가치의 시작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