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올해는 6·25 발발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처럼 세월이 흐르다 보니 전쟁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은 모두 80세를 넘었고, 그것을 기억하고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구순을 넘었다. 이념 논쟁의 한 가운데 있으면서 낙동강 다부동 전투의 영웅으로 평가하는 백선엽 장군은 백수에 이르렀다. 그러하니 후세에 “너희가 6·25를 아는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6·25는 이념전쟁인 냉전의 산물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6·25가 남침인지, 북침인지 이념논쟁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6·25를 보는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 전쟁이 왜 발발하였는가보다는 전쟁이 가져오는 폐해에 초점을 두어 평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3년 1개월간 지속한 전쟁의 결과는 민간인을 포함하여 450만명의 인명피해를 가져왔다. 한국군 전사자는 22만7천748명, 미군이 3만3천629명, 기타 UN군이 3천194명이고, 우리나라 산업 시설 43%와 33%의 주택이 완전파괴되었다. 북한군과 중국군도 민간인을 포함하여 250만명의 인명피해가 추산되고 있다. 전쟁의 참상은 지금 우리 사회를 몰아치고 있는 코로나19와 비교할 수 없다.

지금도 전 세계에는 다양한 형태의 갈등으로 전쟁의 폭풍 속에 들어 있는 국가가 많이 있다. 전쟁의 소용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인간의 존엄한 가치인 자유, 평등은 의미가 없다. 사느냐 죽느냐 하는 생존만이 문제이다. 전쟁 속에서는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복지, 교육, 오락, 여행과 같은 일상적인 삶은 무의미하다. 이에 손자병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하고 있다. 그것은 전쟁에서 승리하거나 패배하거나 전쟁이 가져오는 피해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6월은 호국 보훈의 달로 정해져 있다. 외부의 위협이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보호하고 지키는 호국과 그 호국을 위해 자신을 받친 사람들을 기리는 달이다.

최근에는 조사하지 않고 있지만, 국가보훈처가 2017년까지 실시한 ‘나라 사랑 의식지수’를 보면 2000년대 중반 75%를 상회하던 ‘국가위기시 본인 및 가족의 국난극복의지’가 2017년에는 83.5%까지 상승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지금 코로나 19를 극복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면 지원하겠는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2010년 79.6점에서 2017년 76.92점으로 낮아지고 있다. 특히 젊은 청소년과 30대에서 점점 낮아졌다. 이는 전체적으로 국민의 호국의식이 떨어지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나와 국가를 별개로 생각하고, 국가가 우리의 삶에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인식 부족과 함께 한다.

지금 우리는 6·25라고 태극기 달아 호국과 보훈의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기념식도 없으니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6·25 노래를 부를 기회도 없다. 6·25는 지금 용산 전쟁기념관에만 잠자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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