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여씨춘추(呂氏春秋)는 기원전 230년 진(秦)나라 여불위가 자신의 빈객 3천명의 저술을 모아서 편찬한 역사 평설이다. 오늘은 그중에서 궤변(詭辯)에 관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궤변이란 도리에 맞지 않는 말, 즉 속임수를 말한다. 말은 잘하지만 논리에 맞지 않고, 믿음이 가기는 하나 이치에 어긋나고, 용감한 행동 같으나 의로운 것이 아니고, 법을 지키는 것 같으나 실제는 법을 파괴하는 것이 모두 궤변과 같은 의미이다.

사람이 말 잘하는 것을 중히 여기는 것은 논리가 바르기 때문이고, 신의를 중히 여기는 것은 인간의 바른 이치를 좇기 때문이고, 용기를 중히 여기는 것은 의로움이 중하기 때문이고, 법을 중히 여기는 것은 악한 자를 벌하고 선한 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옛날에 도척이라는 무서운 도둑이 있었다. 하루는 그 부하가 도척에게 물었다.

“두목, 우리 같이 배우지 못하고 천한 도둑에게도 세상의 도가 있습니까?”

이에 도척이 대답하였다.

“어찌 우리라고 도가 없겠는가. 무릇 빗장을 걸어 잠근 남의 집 안에 재물이 얼마나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을 엄격함이라고 한다. 그 집을 도둑 여럿이서 털려고 할 때 그 때를 아는 것을 지혜라 한다. 그 집의 담을 넘어갈 때 먼저 들어가는 자가 용감함이고 맨 나중에 나오는 자가 의로움이다. 또 훔친 장물을 동료들과 똑같이 나누는 것을 덕이라 한다. 이 다섯 가지에 통달하지 않으면 능히 큰 도적이 될 수가 없다.”

초나라에 직궁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아비가 양을 훔치자 이를 임금에게 일러바쳤다. 그러자 임금이 그 아비를 잡아다가 처형하고자 했다. 직궁이 아비가 죽게 된다는 것을 알자 슬피 탄원하여 자신이 대신 벌 받기를 간청했다. 임금이 이를 받아들여 아비를 풀어주고 직궁을 대신 잡아가두었다. 그러자 직궁이 옥리에게 말했다.

“아비가 양을 훔쳤는데 이를 일러바친 것은 신의 때문입니다. 또 아비가 처형되는데 제가 대신한 것은 효성 때문입니다. 저는 나라에서 명한 신의를 지켰고 효성을 지켰습니다. 그런데 저를 처형한다면 앞으로 이 나라에서 처형당하지 않을 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다음날 초나라 임금이 이 말을 전해 듣고 직궁을 풀어주었다. 나중에 노나라 공자가 이 말을 듣고 한탄하였다.

“직궁의 신의는 차라리 신의를 지키기 않은 것만 못하다.”

경위지사(傾危之士)란 자신의 이로움을 위해 교묘히 술수를 써서 나라를 위태로운 지경으로 몰고 가는 제법 배운 자를 말한다. 이들은 책 속에 담긴 지혜 중에서 가장 먼저 이로움과 속임수를 중히 여기는 자들이다. 그래서 궤변으로 세상에서 악인의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같은 책을 읽어도 의로움을 먼저 배우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항상 자신을 헌신할 줄 알기에 그 삶이 세상의 빛이 된다. 그래서 세상은 언제나 악인과 의인의 싸움인 것이다. 당신의 인생은 어느 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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