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1622년 명(明)나라 말기, 후금(後金)의 누르하치가 요동을 정벌하였다. 이어 그 기세를 몰아 북경을 넘보고 있었다. 이에 명나라 조정에서는 누가 후금에 대항할 것인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후금이 두려워 어느 장수도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이때 평소 군사전략에 관심이 많았던 문관 출신 원숭환이 나서서 아뢰었다.

“소신이 후금의 공격을 막겠습니다!”

조정은 즉시 원숭환을 북경의 관문인 산해관 책임자로 파견하였다. 원숭환은 곧바로 산해관 북쪽 영원성을 새로이 축조하고 최신식 포를 집중적으로 배치하였다.

1626년 누르하치가 13만 대군을 이끌고 영원성을 공격해왔다. 적이 파도처럼 밀려오자 원숭환이 포 공격을 명했다. 포탄이 터지자 후금군은 크게 놀라 사방으로 도망가기 바빴다. 결국 후금은 크게 패하고 적장 누르하치는 중상을 입고 며칠 후 사망하였다. 이듬해 누르하치의 아들 홍타이지가 재차 공격해 왔다. 이번에도 원숭환은 최신식 대포를 앞세워 후금을 크게 물리쳤다.

이 무렵 명나라 조정은 환관들이 득세하였다. 원숭환 또한 환관들에게 모함을 받아 관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새로운 황제 사종(思宗)이 즉위하자 병부상서로 다시 기용되었다. 이때 원숭환은 요동 땅을 회복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내세웠고, 사종은 신임의 표시로 상방보검을 하사하였다.

전권을 위임받은 원숭환은 가도를 요동 수복의 전진 기지로 삼았다. 이어 가도의 책임자인 모문룡을 군법을 어긴 책임을 물어 처형하였다. 이는 모문룡이 후금과의 전투를 피하고 독자적으로 세력을 구축하려는 음모를 꾸몄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문룡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았던 환관들이 원숭환을 모함하기에 이르렀다. 때 마침 후금에서 이 소식을 듣고 계략을 꾸몄다. 몰래 사람을 보내 엄청난 금으로 명나라 환관들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환관들이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원숭환이 사리사욕을 위해 명나라를 배신하고 후금과 몰래 내통하고 있다.”

이어 후금은 더욱 적극적인 음모를 꾸몄다. 후금에서 잡혀 온 명나라 환관을 신문하기 위해 방에 가두어두었다. 그때 환관이 옆방에서 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원숭환이 보내온 서신에 의하면 이달 보름에 함께 명나라를 총공격하기로 했소. 그러니 장군들은 당일까지 이 비밀을 지키고 출정 준비를 단단히 하도록 하시오.”

그날 밤 후금의 경비가 허술하여 환관이 도망하였다. 조정에 돌아와 황제에게 그대로 전했다. 그러자 황제가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크게 분노하여 명했다.

“당장에 원숭환을 잡아들여라!”

1629년 12월 원숭환은 모반 혐의로 체포되었다. 이어 환관들이 원숭환의 처형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결국 원숭환은 능지형(凌?刑)에 처해져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 죽었다. 이때 원숭환을 따르던 용맹한 부장과 장수들도 따라서 참수되었다. 이후 후금이 쳐들어오자 명나라는 싸워보지도 못하고 무참히 무너졌다.

모산지배(謀算之輩)란 교묘히 꾀를 내어 이익을 취하는 무리를 말한다. 자신에게 이익에 된다면 나라도 팔아먹을 자들을 뜻한다. 모함을 일삼는 자들의 배후에는 분명 검은 이익이 있다. 그들은 태생이 불의를 먹고 사는 자들이니 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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