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충청매일] 지난해 12월 발생한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전염하기 시작한 지 꼭 반년이 지났다. 한동안 잡힐 것 같았던 팬데믹은 그 끝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 모범 사례라고 평가받고 있는 우리나라도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듯 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뉴노멀 또는 넥스트 노멀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너무 섣부른 기우는 아닐까 라는 가망성 적은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왜냐하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류의 최대 위협요인이었던 미세먼지는 어느새 관심에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어쨌든, 코로나19가 잠깐 세상을 요란하다가 말았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코로나19는 이미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또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각 분야별로 다양한 예측과 분석이 쏟아지고 있는데, 필자에게 유독 눈에 띄는 그림이 하나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 코로나19 확진자 지도이다.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광역자치단체 확진자 지도를 보면 특이한 점이 보인다. 경제축이라고 일컫는 경부선을 따르는 사선, 그리고 그 반대의 X선을 구성하는 강호축이 확연하게 대조를 이룬다. 경부축의 지역들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6천명을 넘지만, 강호축에 위치한 지역들은 20~60명 내외이다. 대구나 서울에서의 특별한 사건의 영향도 있겠으나, 그 또한 경부축이 지니는 특징은 아닐까? 그동안 개발에서 소외되었다고 생각하던 강호축이 더 안전한 것은 아닐까?

경제적으로 발전한 지역들을 따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인구 수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좁은 면적에 많은 인구가 모여 살다 보니 전염에 더 취약한 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마치 한 바구니에 담겨진 계란처럼 위험성의 총량이 더 크다. 아파트가 밀집한 도시는 내 가족들만 조심한다고 안심할 수 없다. 생필품을 사기 위해서 마트에 갔다 오는 과정에 어쩔 수 없이 많은 사람들과 공간을 공유해야만 한다. 만약, 코로나19보다 더 전염성이 강하고 더 위험한 질병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경부축과 강호축의 확진자 수는 더 격차가 벌어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경제적으로 발전한 지역은 사람이 더 많이 밀집하여 살면서 여러 가지 편리함과 효율성을 주기는 하지만, 팬데믹에는 매우 취약한 구조일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가 올해로 종식되어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이와 유사한 팬데믹은 더 자주, 더 강력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서 많은 사람들이 같은 위험에 처했을 때 주는 심리적 안정감 이외에는 도시에 밀집하여 사는 것의 장점은 없다.

넥스트 노멀, 뉴 노멀 시대에는 인간의 정주공간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을 바꿔야 할 지도 모른다. 자연과 동떨어져 독립된 공간에 갇혀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공존하고 적당한 거리와 개체 수를 유지하면서 사는 방식으로 돌아가야 할 지도 모른다. 현 세대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 그리고 그 다음 세대까지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도시라는 거대한 바구니가 아니라, 다양한 규모와 색깔의 여러 바구니가 우리에게 필요할 것이다. 강호축을 바라보는 시각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