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흥구의 세상 엿보기]두루마리 화장지
[강흥구의 세상 엿보기]두루마리 화장지
  • 충청매일
  • 승인 2020.06.0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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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충청매일] 식탁 위에도 올라 앉아 있다. 뒤가 급해 화장실을 가면 그곳에도 머리를 풀어 늘어뜨리고 걸려있다. 늘 우리 곁에서 함께하며 뒤처리를 담당해주고 있는 두루마리 화장지다. 그들의 역사는 길고 길다. 긴 역사를 지닌 만큼 과거사도 파란만장하다.

화장지가 탄생할 때까지 많은 변천사가 있었다. 그의 과거를 살펴보면 옛날 우리 조상들은 볏짚을 부드럽게 하여 사용 했었고, 다음으로 새끼줄을 매달아 놓고 이용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조금 진보되어 나뭇잎, 콩잎, 칡잎, 호박잎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밀가루가 보급 되면서 밀가루 포대를 잘라 사용했고 신문을 구독했던 가정에서는 신문을 오려 구멍을 뚫어 매달아 놓고 사용했다. 책과 다 쓴 공책도 피해갈 수는 없었다.

화장실의 변화에 따라 화장지도 변화한 듯하다. 변소라 불리던 시절엔 똥단지 위에 송판 두 장 걸쳐 놓은 것이 전부다. 이때가 볏짚을 사용했던 시기다. 이후 콘크리트 바닥에 사기로 만들어진 변기가 설치되고 물로 씻어 내렸다. 이때부터 종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탄생한 것이 지금의 좌변기이다. 쪼그려 앉아 다리가 저리도록 일을 보다가 앉아서 편하게 일을 보니 고통이 행복으로 변했다. 냄새와 구더기 날파리로 성가시던 변소다. 이제는 화장실에서 양치하고 세수한다.

옛날 학교에서는 변소 가는 것이 무서워 학교 갔다 집으로 돌아온 학생들도 있었다. 그 후 학교를 포기한 학생도 있었다. 물이 튀어 올라오고, 벌레가 득실거리고, 귀신이 나온다고해서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도 학교가기를 꺼려하는 아이들이 있다고 한다. 좌변기가 설치되고 두루마리 화장지가 벽에 걸려 있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비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라고 한다.

두루마리 화장지가 춤추는 세상이 왔다. 집 안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고 전국을 누비고 다닌다. 관광버스에 끈으로 매달려 관광객들이 춤출 때 함께 춤추고 놀아준다. 노랫소리에 맞추어 이리 흔들 저리 흔들 춤추며 함께 한다. 그러면서 그들의 뒤처리까지 도맡아 해준다. 인상 쓰는 일 없이 깔끔하게 처리해준다.

그들은 뚜렷한 목적을 갖고 태어났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어려운 일들을 도맡아 처리해주는 사명감을 가지고 탄생했다. 그들이 맡은 일은 주로 닦는 일이다. 코 닦기, 입 닦기, 급한 용무를 마친 뒤 닦기까지다. 임무를 마친 그들은 시원하게 물과 함께 사라진다. 뜨거운 불속으로 연기되어 사라지기도 한다. 물, 불과 함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린다. 그것이 그들의 생인 것이다.

뒤처리를 해주는 두루마리 화장지.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보이는 앞보다 보이지 않는 뒤다. 더럽다고 외면하는 뒤를 스스럼없이 처리해주는 두루마리 화장지는 의인이라 할 수 있다. 보이는 곳에는 누구나 잘한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은 언제나 외면당하기 일쑤다. 앞과 뒤가 같아야 하겠다. 두루마리 화장지가 화장실에 걸려 있으면서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청결한 세상 일게다.

우리 몸 전체를 누비며 두루마리 화장지는 오늘도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부끄럼 없이 모든 부위를 내보여 준다. 서로를 믿기 때문 일게다. 고마운 두루마리 화장지를 신뢰하며 오늘도 그에게 몸을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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