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 경영학과

[충청매일] 가족묘지, 계속 유지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파묘하여 없애버려야 하는가? 금년에 윤달이 있다고 하여 가족묘를 하나로 모으거나 파묘하여 없애는 가문을 많이 보게 된다. 몇백 년 내려오던 문중 묘를 관리할 사람이 없다 하여 이제는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가문들도 많아졌다. 여러 묘를 파묘하여 하나의 납골당으로 모으는 가문도 있고, 그것도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 하여 당대에 완전히 정리하는 가문도 보게 된다.

이러한 시류에 대하여 여러 모임에서 얘기를 나누어 보니 시대가 변하여 조상 묘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들이 매우 많아졌다. 현장을 답사하다가 가족 승조당 비문을 보니 이러한 시대적 조류를 비문에 새겨둔 가문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가족 승조단의 비문은 가문의 시조와 주요 벼슬을 한 조상을 소개하며 명문 세족임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누대를 거쳐 지금까지 대대손손 적덕한 결과요, 적덕지가에 필유여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비문은 계속 이어진다.

“문장과 정사로 명성을 높이고 효제충신(孝悌忠信)으로 세도를 이어 가승과 국사에 뛰어난 분들이 전후를 서로 이으니 곧 후손의 번성함과 여경(餘慶)의 높음이 어느 것이나 선조의 적덕이 아님이 없으리라. 유구한 인류 역사의 흐름에 따라 사회 구조는 날로 변천하고 서구문명의 조류로 도덕은 물론이요, 씨족사에 대한 인식이나 숭조정신은 점차 희박해지고 특히 세계화추세로 자손들의 국외진출이 많아 선영의 묘지관리 소홀로 실전사례 허다할 것임으로 시대조류에 따라 장례문화도 바뀌어가고 있어 건정지지(乾淨之地)를 택하여 이곳에 숭조당(崇祖堂)을 조성하게 되었다. 위로 열선조(列先祖)의 유풍(遺風)을 경모하고 아래로 종족간의 친화를 돈독히 함은 물론 추원보본(追遠報本)의 실행에 더욱더 힘써 명벌(名閥)의 가성(家聲)을 이어 나가기 거듭 당부하는 바이다”

이러한 추세는 어느 한 가문의 예가 아니라 여러 가문에서 대두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이다. 최근 몇십 년간의 변화를 보면 매장문화에서 화장문화로 급격하게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는 화장률이 90%를 넘었고, 화장한 유골도 납골당, 수목장, 잔디장, 산골 등 여러 방법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리고 화장을 한다고 하여도 납골당도 결국은 부족하게 될 것이고, 묘지 문제에 대하여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사람들의 주거시설이 단독주택에서 집단 아파트단지로 바뀌었고, 아파트 단지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개인묘지, 문중묘지, 공원묘지, 국립묘지도 일정 기간이 지나 포화가 되면 결국은 재개발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사람은 이 세상에 와서 살아서 백 년, 죽어서 추모의 기간 30~100년, 훌륭한 업적을 남기면 자손만대 기억될 것이다. 조상 묘를 완전히 없애기보다는 재개발하여 추모의 공간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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