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예총 부회장

[충청매일] 요즘은 밥맛이 꿀맛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The early bird catches the worm.)’란 말이 있다. 전원생활을 하면서 달라진 습관이라면 새벽에 걷는 것이다. 성공하려면 건강해야하고, 건강하려면 아침 일찍부터 걸어야 한다. 걷는 게 보약이란다.

요즘은 아랫마을 ‘대금동(大琴洞)’을 거쳐서 ‘예전리(禮田里)까지 왕복으로 4키로 정도 걷는다. 하루는 앞집 사는 고교 동창생의 부인을 만났다. 그녀는 벌써 ‘예전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도로에 걷지 말고 하천 뚝방 길을 따라가면 아주 좋아요!”라고 알려 준다. 그렇다! 아스팔트를 걷다보면 자동차 때문에 ‘스트레스’다. ‘뚝방길’을 걷으면 한적하여 좋다. 며칠 전에는 ‘영식이’라는 친구를 만났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갈아서! ‘영식이’이는 내 둘째동생 ‘병국이’와 동창생이다. 그도 내년이면 칠십이란다. 그도 당초에는 홀로 계시는 어머님 봉양을 위해 귀향했다고 한다. 사실은 그의 어머니와 나는 종종 약주도 함께하며 친근하게 지냈었다. 항상 웃는 얼굴로 호감이 가는 인상이었다. 영식이는 89세부터 8년 동안 봉양했다고 한다. 97세로 일생을 마칠 때까지 건강하게 지내다가 고생 않고 돌아가셨다고 한다. 평소 즐기던 약주도 돌아가시기 이틀 전까지도 드셨다고 한다. 

‘영식이’를 만날 때마다 둘째동생 ‘병국이’가 생각난다. ‘병국이’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내 나이 일곱 살 때부터 ‘병국이’를 업어서 키웠다. ‘병국이’는 인물도 출중하며 영리하였고 힘도 장사였다. 그러나 불같은 성미 때문에 남들과 다툼이 많았다. 결국은 그 성미 때문에 33년 전, 서른여섯에 교통사고로 일생을 마감하였다. 나는 난생 처음으로 손발이 잘리는 아픔을 겪었다.

비록 연령적으로는 나보다 연하이지만 ‘영식이’에게는 배울 점이 많았다. 그에게는 인간적인 미덕이 많아서 주변으로부터 칭송이 자자하다.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이라더니, 살다보면 세상의 모든 곳에서 나의 스승을 만나는가 보다. 그에게서 ‘화안애어(和顔愛語: 얼굴이 밝고 말씨가 부드러워움)’란 품위가 풍긴다. 나아가 사회적 경험이 풍부하여 매사를 지혜롭게 처신한다.

‘영식이’ 때문인지 몰라도, 도시에 살던 친구들 몇몇이 대금동으로 귀향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청주에 살던 ‘대섭이’가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고 한다. 하우스와 컨테이너박스를 짓고, 콘크리트, 화장실, 상수도 등을 설치할 때에도 ‘영식이’가 적극적으로 그를 도와줬다고 한다. ‘대섭이’ 외에도, 경기도에서 교직 생활하다 퇴직한 ‘태헌이’는 어머님을 봉양하기 위하여! ‘귀옥이’는 건강관리를 위하여 회사생활을 접고 귀향하였단다.

연어는 알에서 깨어나면 수 천 키로의 먼 바다로 여행하다가 어른이 되면 자기가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죽는다고 한다.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려는 본능적인 움직임을 귀소본능(歸巢本能)이라고 한다. 인생은 나그네! 우리는 어머니의 태(胎)에서 떠난 순간부터, 숙명적으로 나그네로서 살다가! 말년에는 연어와 같이 ‘고향을 찾는 나그네’가 아닐까?

아침 산책으로 만난 소중한 친구들! 영식이, 태헌이, 대섭이 이들을 통하여, 우리들 모두가 ‘고향을 찾는 나그네들’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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