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충청매일] 지난 4·15 총선을 통해 선출된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30일 시작돼 5일 국회 개원을 앞두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77석의 안정 과반을 확보한 가운데 출범하는 이번 국회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상존한다.

지난 4년의 20대 국회에 대한 평가는 준엄한 것이 사실이다.

임기 첫 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시작된 정쟁은 헌법 개정안 처리 무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조국 사태 등 지속된 각종 정치 현안을 놓고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빚는 등 4년의 임기 동안 정치적 이해관계에 치중한 싸움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받았을까.

이같은 국민적 비판을 의식, 여야는 모두 이번 21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로 만들겠다는 의례적 선언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개원을 앞두고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와 3차 추가경정예산안, 윤미향 의혹 등을 놓고 벌써부터 대립·갈등 구도가 재연되면서 국민들의 우려와 불신은 여전하다.

한국갤럽이 ‘21대 국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서로 싸우지 말고 화합·협치하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당리당략보다 국민을 우선하라’, ‘열심히 책임을 다해 일하는 국회를 만들라’, ‘경제 회복·활성화에 노력하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한 마디로 귀결하면 ‘협치를 통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가 돼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다.

합심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게 당연한 책무인 국회에 대해 이러한 당부를 하는 이유는 국회가 제 역할과 책무를 다하지 못한 까닭이다.

여야 모두 지난 20대 국회를 반면교사 삼아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말하지만, 이를 믿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터.

인도의 정치지도자 자와할랄 네루는 “정치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속된 경기 불안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국민의 삶은 힘겹고 답답하기만 하다.

엄청난 부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없이 편안한 삶을 꿈꾸는 게 대다수 서민들의 소박한 희망이다. 이를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정치요, 이를 실현하는 것이 정치인들의 책무다.

국민들의 눈물은 외면한 채 당리당략과 개인의 정치적 영달만을 위해 지난 20대 국회의 과오를 되풀이한다면, 국민의 상처와 고통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때론 국민을 위해 소속 정당의 정략적 이해에 단호히 맞설 줄 아는 용기와, 정쟁보다는 타협과 절충을 통한 협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지혜와, 민생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국민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부지런함을 갖춘 국회가 되길 촉구한다.

‘국민의 대표’라는 책무를 권세로 변질시키는 오만에 빠지지 말고, 그것이 요구하는 정치적 무게를 깊이 생각하며 오직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신뢰와 존경을 받는 정치인이 되길 거듭 당부한다.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는 콜린 클라크의 말을 교훈으로 새겨, 소속 정당의 거수기로 전락하거나 개인의 정치적 욕망에 취하지 말고 다음 세대의 희망을 만들어가는 정치인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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