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사회학에서 수단이 목표가 되고 목표가 수단이 되는 것을 목표의 전환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현상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이 대규모 관료제 조직이다. 주로 법규에 의해서 운영되는 공무원 사회나 규모가 큰 조직에서 법규에 집착하다 보면 법규를 만든 목적이 사라지는 현상을 목표 전환의 대표적 예로 들 수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로버트 미헬스(Robert Michels)는 이러한 목표의 전환 현상을 과두제의 철칙이라고 이름하고 있다. 과두제의 철칙은 정치조직, 특히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는 조직에서 소수의 지도자가 조직을 계속 지배하고자 하는 개인의 권력욕으로 조직의 목표를 망각하고 조직을 개인의 권력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미헬스는 이 원칙이 명확하고 확고하다고 하여 철칙(Iron Law)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미헬스는 이의 대표적인 예로 노동조합을 이야기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자유, 평등을 기본으로 한 민주주의의 대표적 조직이다. 그러나 많은 노조 위원장은 계속 노조 위원장 직위를 가지기 위해 자기를 지지하는 사람을 노조원으로 가입시키고, 임원을 자기 사람으로 채워서 장기집권을 추구한다. 우리나라 노조도 이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거의 없다.

이외에 과두제의 철칙이 지배하는 대표적 이데올로기 조직으로 시민사회단체를 지적할 수 있다. 대부분 설립에 관여하였던 사람이 간사, 사무국장 등을 거쳐서 대표가 되고, 수년의 대표 뒤에는 고문으로 있으면서 조직을 지배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조직은 소수인의 사랑방처럼 운영되어 다른 사람이 운영에 참여하는 것을 막고 있다.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조직이 과두제의 철칙에 의하여 소수 집단의 사유물이 되는 것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정의기억연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나눔의 집 등이 과두제의 철칙에 의한 목표의 전환으로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조직은 모두 위안부 할머니를 돕겠다는 이름으로 조직되었다. 그리고 이를 수단으로 기부금을 받아서 개인이나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하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단체 설립의 목표인 위안부 할머니들이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충족하기 위한 기부금 모금의 수단으로 활용하였다는 의혹이다. 정의연 대표가 국회에 가는 것은 정의연의 목표에 맞지 않고, 나눔을 실천해야 할 나눔의 집이 고급 요양원을 건립하고자 한 것도 이름과 목표에 맞지 않는 것이다.

특히 정의연의 경우 적은 용돈과 활동으로 만들어진 학생과 어린이들의 기부를 제대로 회계 처리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들의 코 묻은 돈은 기업이나 소득세 신고를 하는 성인과 달리 국세청에서 확인되지 않는 돈이다. 이를 악용한 의혹을 검찰이 한 점 부끄럼 없이 밝히지 못한다면 우리는 위안부 할머니뿐만 아니라 우리의 미래 세대에게 더 큰 짐을 지우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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