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711년 춘추시대, 정(鄭)나라와 식(息)나라는 주나라 왕실을 받드는 작은 제후국이었다. 본래 두 나라는 천자에게 충성을 다하는 신하로써 아주 좋은 관계였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한 세대 두 세대 건너가자 주나라가 약해지고 제후국들이 강성해지면서 이제는 서로 경쟁하는 관계로 변했다. 그런데 그 경쟁이 후대에 이르러 분쟁으로 변해 이제는 두 나라가 서로 다투는 사이가 되었다.

하루는 정나라 신하들이 식나라 군주를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식나라 군주가 참지 못하고 분노하였다. 신하들과 아무런 논의도 없이 무작정 군대를 이끌고 정나라 정벌에 나섰다. 하지만 정나라는 이전부터 외세의 공격에 대비하여 군주와 신하가 하나가 되어 군대를 훈련시키고 국방을 강화하였다. 식나라 군주는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고 무작정 쳐들어간 것이었다. 두 나라 군대가 서로 부딪히자 식나라는 그저 힘을 다해 공격을 할 뿐이었다. 하지만 정나라 군대는 철저히 훈련된 군대라 식나라 군대가 도무지 이길 수 없었다. 결국 처참하게 패하여 달아나고 말았다. 이후에 식나라는 나라가 위태롭게 되었고 역사에서 사라졌다. 당시 선비들은 식나라가 패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식나라가 패한 까닭은 이전부터 잘못된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첫째는 정치가 악랄하여 관리들이 백성을 수탈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덕을 잃은 것이다. 나라가 백성을 위해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군주와 귀족만을 위해 존재하였고 법과 형벌이 백성에게는 엄하고 군주와 귀족에게는 관대하였기 때문이다. 오로지 백성은 개나 소로 여겼을 뿐이었다. 그러니 군주가 덕을 잃었고 나라가 망한 것이다. 둘째는 식나라 군주는 자신의 힘을 헤아리지 못했다. 그저 간신들의 말만 믿고 정치를 행하다 보니 나라의 곳간이 텅 빈 것도 몰랐고 군대가 굶주린 것도 몰랐다. 그러니 전쟁에서 어찌 이길 수 있었겠는가. 셋째는 식나라는 군주의 성격에 맘에 들면 외교를 하고 맘에 들지 않으면 단교하였다. 그러니 주변 나라들과 사이가 좋을 리 없었다. 우호동맹을 맺은 나라가 없으니 어려울 때 도와주는 나라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나라가 망하고 만 것이다. 넷째는 군주가 충신과 현량재사들을 멀리했으니 정치가 옳고 그른 지를 알지 못했다. 그저 간신들의 말만 따랐으니 정치가 망한 줄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다섯째는 정치가 잘못되면 이것이 죄가 되는지 전혀 살펴보지 않았다. 오로지 군주의 말은 옳은 것으로만 여겼다. 이는 군주 곁에 간신들만 있었다는 뜻이다. 충신은 백성을 위해 참언을 올리지만 간신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 좋은 말만 하기 마련이다. 옳고 그른 것이 없으니 잘한 일에는 상을 내리고 악행을 저지른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벌을 줘야하는데 식나라는 이런 원칙이 무너졌으니 나라가 어찌 망하지 않았겠는가.”

이는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있는 교훈적인 이야기이다.

부자양력(不自量力)이란 자신의 처지와 형편을 모르고 섣불리 나서서 강한 적과 겨룬다는 의미이다. 사람은 일을 하기 전에 반드시 자신의 역량을 살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모르는 것은 배우고 알지 못하면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모하게 나섰다가는 인생이 허무하고 삶이 피폐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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